한국경마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바람”과 “배당”에 대한 얘기를 보다 심층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사실 이문제는 거론하기가 굉장히 껄끄럽고도 미묘한 사항들이다. 한국 경마만이 지니는 특수한 상황들이 바로 예상배당률게시대(이하 배당판)에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감 7분전,-매경주 이런 것은 아니지만- 복승식 마권중 하나의 예상배당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당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마권의 인기가 상승됨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어 도전이나 복병마로 분류됐던 경주마가 최고 인기마권으로 둔갑해버리곤 한다. 이런걸 흔히 배당판에 부는 바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입상이 유력한 축마가 있는 경우 바람은 더욱 확실하게 분다. 무서울 정도의 기세다. 그러나 바람을 몰고온 경주마가 반드시 입상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설사 그 말이 입상하더라도 믿었던 축마가 부러지며 또다른 복병이 들어와 가끔 고배당을 양산 시키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확률은 절반에 머무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경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경마는 자의든 타의든 갬블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있기 때문이다. 1년 마권매출액이 7조원이 넘고 한 경주당 수십억원의 ‘판돈’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단일 경마장으로선 세계최고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돈이 모이는 곳엔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바람잡이들의 역할은 이래서 과대포장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소액으로 경마를 즐기는 개미군단들은 배당판을 이용한 몇가지 테크닉을 숙지하고 실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는 경지에 올라서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복병은 또다른 복병을 몰고온다”는 격언은 무엇보다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즉 막판 극심한 바람이 부는 말이 있다면 아예 이 말을 축으로 다른 복병마를 구매하면 고배당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비록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한국경마의 특수성에 기인한 이 방법은 일단 알아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한편 최근들어 초구배당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각 예상지에서 별다른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있는 마필이 당일 초구 배당판에서 의외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경우다. 이것은 묘하게도 그동안 능력이 부진했던 말일수록 입상하는 예가 더 많다. 이때 단승식과 연승식 배당판을 연계해서 어느정도 팔려있나를 꼭 관찰해둬야한다. 때론 배당판에서 마필의 능력과 승부의지를 예고하는 것이 한국경마의 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당판 움직임이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땐 배당판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경험많은 소신파들은 “저 배당은 인정할 수 없어. 오히려 역으로 배당이 오르는 쪽을 공략할 찬스야”라는 생각을 하며 허점을 찌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어쨌든 한국경마의 배당판은 하나의 요지경인 셈이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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