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성황리에 코리안더비가 끝났다. 생산과 연결되는 경마, 국적있는 경마를 시행하기 위해 더비를 시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3관경주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3관경주를 말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3관경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3관경주는 3세 암말, 수말이 모두 출전할 수 있는 경마대회인데, 잉글랜드에서는 2000기니(1마일), 엡섬더비(1 1/2마일), 세인트레저(1 3/4마일)을 3관경주라고 하며, 3관경주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틀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켄터키더비(1 1/4마일), 프리크닉스스테익스,(1 3/16마일), 벨몬트스테익스(1 1/2마일)를 3관경주로 하고 있는데 5월 첫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잉글랜드는 중거리에서 장거리까지 고루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짧은 기간동안 체력전을 펼치기 때문에 3관마는 나오기가 쉽지 않다. 잉글랜드에서는 1970년 Nijinsky가 35년만에 3관마가 된 이후 3관마는 탄생하지 않았다. 1995년 Nijinsky 만년의 걸작인Lammtarra가 신개념의 3관마가 되었지만 세인트레저를 뛰지 않았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3관마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1978년 Affirmed 이후 25년간 3관마가 탄생하지 않았다.
지금 Funny Cide가 켄터키더비에 이어 프리크닉스까지 제패해서 25년만의 3관마를 노리고 있는데, 올해는 정말 3관마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작년에 ‘해암장군’을 3관마라고 부르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암장군’은 절대로 3관마가 아니다. 다만 3세마 경마대회를 3번 우승했을 따름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아직 3관경주가 시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크스를 3관경주에 넣는 나라는 전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암말이 더비를 우승하면 3관마가 될 수 있지만, 수말이 더비를 우승하면 절대로 3관마가 될 수 없는데 그게 무슨 3관경주인가. 올해도 암말인 ‘하비동주’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3세마 경주가 2개밖에 없어 다행히 3관마 해프닝이 재현되지 않겠지만.
한국에서 3관경주가 시행되려면 3세마 암수가 출전하는 3개의 경마대회가 매년 있어야 한다. 단거리와 장거리를 고루 잘 뛰는 만능 3세마를 뽑는 것이 3관경주의 목적이라면 미국식보다는 잉글랜드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미국식으로 진행한다면 우리의 경주마들이 버텨줄지도 의문이고...
지금처럼 3세마 경마대회를 1800m로만 한정하면 중거리를 잘 뛰는 말에게만 유리하다. 1400m, 1800m, 2000m로 3관경주를 시행한다면 단거리와 장거리를 전부 잘 달리는 한국판 3관마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더비가 정착 되어가는 지금 경마의 이벤트로서, 축제로서 3관경주를 정립하고 시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작 성 자 : 박종준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