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계약기수 기승제가 과연 제도 시행의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 새삼 지적되고 있다.
계약기수 기승제란 출전두수의 50% 이상을 소속조 기수에게 기승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마사회는 이미 과다 배출된 기수 인력의 원활한 운용과 고른 기승기회 부여를 위해 한시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부산경남권 경마장 개장을 앞두고 매년 기수 인력을 양성해냈기 때문에 서울경마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기수 인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기수들간 경쟁성이 지나치다는 불만으로 인해 도입된 제도라 할 수 있다. 비록 부산경남경마장 개장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지만 지난 4개월 여 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마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시행 초기부터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계약기수 기승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어서 각 마방들은 조교사의 작전에 따라 다양한 기수 기용을 꾀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마필들에 소속조 기수를 기용하는 마방도 있지만 이는 제도 시행에 따른 변화라기 보다 조교사 고유의 마방 운영 스타일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마사회는 일단 계도 기간을 정해 제도 정착을 유도하는 한편, 연말쯤 보완책을 마련해 내년부터는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우승열패의 원칙이 변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제도 시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가 더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고, 더 우수한 경주마를 소유하며, 더 효율적인 관리와 경주에서의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상금을 획득할 것인가 하는 것이 경마의 본질임은 망각한채 고른 기승기회 부여, 고른 상금 배분 등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인상마저 풍기지 않는가.
이 같은 조치는 당장에는 국지적으로나마 문제의 해결점인듯 보이고,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 경마산업 전체로 봤을 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수들 간 능력편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기수를 기용해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또 그것이 경마의 본질이다. 경주마 간 건전한 능력 비교와 기수들 간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경주질은 비로소 향상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경마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시적’ 제도 운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시계 바늘을 되돌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현행 기승계약제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무조건 각 조 당 소속 기수를 2∼3명씩 배치해 의무적으로 기승계약을 맺게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발상이다.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유지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기수를 기용하고 이에 맞는 작전을 펼쳐 경주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기수 인력이 과다하게 배출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경쟁성이 강화된다는 기수들의 불만도 물론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2005년 개장할 부산경남경마장 쪽으로 적절한 인원이 배치되면 부분적으로나마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수들 간 능력편차를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더 시급한 문제다.
능력이 걸출한 몇몇 기수가 독점적으로 하루에 6∼7개 경주에 출전하면서 조교사는 조교사 나름대로 기수 기용 폭을 좁혀가고, 기수는 기수 나름대로 기승기회를 잡지 못해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수들의 기승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면 굳이 기승계약을 맺지 않아도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게 올바른 경쟁 시스템이다. 이런 구조를 따를 수 없다면 도태되는 것이 또 시장의 원리기도 하다.
지금 경마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와 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요구에 너무 뒤 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마산업 종사자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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