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모습을 드러낸 개별수입마들의 활약이 경주로를 후끈 달구고 있다.
2002 그랑프리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보헤미안버틀러’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는 이들 개별수입마의 과천벌 폭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외산마 대회의 포문을 연 2월의 디지틀조선배에서는 점핑 출전한 ‘아일랜드피버’가 이변을 연출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20일의 AJC트로피에서는 고가의 미국산 경매마 ‘골드머니’가 개별수입마의 위력을 선보이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불과 1년 새에 외산마 판도가 확 뒤바뀌었음을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개별수입마들의 가세는 경주마 층을 두텁게 만들었다는 것 외에 매년 하위군 경마대회에서 반복됐던 의미 없는 대회 시행이 이제 2군은 2군 나름대로, 1군은 최상위군으로써 박진감 넘치는 경주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는데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개별수입 1세대는 과거 일괄도입됐던 마필과 유사한 수준의 가격이 반영되면서 경주질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마주들이 직접 경주마를 도입하고 이 과정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실제로 한두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수마를 도입하려는 마주들의 의지가 증폭됐고, 마필가 상승에 따른 우수마 도입이 가속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수입선이 다변화됐으며 블랙타입 우승마가 국내에 앞다퉈 상륙,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준의 경주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새로 도입되는 신마들과 기존마들 간 능력편차가 커 오히려 경주 박진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
이렇게 하나하나 능력마들이 늘게되면 부진마는 도태되고 우수마는 조기에 육성·투입되면서 경쟁에 따른 우승열패라는 경마의 본질이 구현, 자연히 경주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되는 것 아니겠는가. 능력편차에 따른 경주편성 상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시행체가 군체계를 개편한다든지, 다른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 충분히 절충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사회는 올 2월 1일 이후 도입된 외산마 중 4세 이상이거나 현지에서 2위 내 입상을 3회 이상 거둔 마필에 한해 무조건 3군에 편입되도록 군체계를 일부 조정하기도 했다.
외산마 개별수입은 이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세부적으로는 몇 가지 문제점도 함께 나타났다.
우선, 서울경마장의 현행 상금 규모에 비해 마필 도입가 상승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어차피 경쟁원리에 따라 우수마가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 것이긴 하나 상금에 반영되는 마필가는 차치하더라도 6천만 원을 호가하는 마필들이 5세 경에 도입될 경우, 경주 활용률에 비해 상금 수득 기회나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마주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당장에 상금을 벌어줄 마필을 찾다 보니 현지 성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암말보다는 거세마 위주의 도입이 이뤄지고 그럼으로써 고가의 말을 들여오고도 2∼3년 새에 도태되면 추후 생산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선진경마시행국의 경우, 경주를 통해 벌어들이는 상금보다 생산으로의 재투입을 통한 잠재적 상품 가치가 더 크다. 하지만 국내 생산시스템이나 경마상금 규모 등은 이런 선진 환경과 크게 동떨어져 있어 미래의 자산 가치를 따지면서 경주마 도입을 고려하는 마주는 극히 드문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이런 점까지도 고려해 마필 수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곧 국산마의 생산 환경 개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간 국산마 수준이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도 생산과 관련한 정책의 부재, 근시안적 사고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산마 우대정책이 양적인 팽창은 가져왔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지 않은가. 최고 상금이 걸리는 더비의 경우, 외산 2군 대회만도 못한 수준의 마필들이 나온다거나 그 우승마조차 제 이름값도 못하고 경주로를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산마의 점유비를 낮추고 상금에도 차등을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일반 샐러리맨의 연봉보다 비싼 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도 경주로나 훈련시설, 마방시설과 같은 서울경마장의 관리시설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자칫 훈련이나 경주 중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개인 재산을 위탁 관리하고 있는 마주들 입장에서는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개별수입제가 시행된지 꼭 1년이 지나고 있다. 성공적인 제도 정착과 경주질 향상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기한 이런 문제들이 서서히 보완돼야 하며 거시적인 안목에서 시행체와 마주협회, 그리고 경마관계자들은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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