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기수의 기승법과 레이스 운영 스타일이 차별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리딩 자키’ 박태종과 ‘돌아온 강자’ 김효섭, 이성일, 안병기 기수 등 이른바 ‘빅4’ 기수들이 자신들만의 레이스 스타일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어 경마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태종 기수의 기승 스타일은 한마디로 말해 ‘파워형’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강인한 팔뚝으로 경주마를 꼼짝 못하게 제어한다. 대다수 기수들은 페이스 조절이나 힘 안배 때 체중을 이용하지만 박태종 기수는 팔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8년 전부터 개발한 ‘변칙 몽키 스타일’로 한국 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박태종은 등자를 짧게 밟아 경주마에 가능한 한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균형을 잃지 않아 경주마의 힘을 밑바닥부터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변칙 몽키 스타일이 만능 보증수표는 아니다. 등자가 짧아 말에 걸리는 부담은 적지만 두 다리를 쉽게 사용할 수 없어 코너를 돌 때 안쪽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선두를 달리다 코너링 때 인코너 추입을 허용하기 쉽다는 뜻이다.
박태종 기수가 ‘파워형’이라면 이성일 기수는 ‘부드러움의 미학자’ 또는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린다. 마필 지배능력은 힘이 아닌 전체적인 체중의 밸런스로 유지하므로 한국기수들 중 가장 아름다운 기승자세를 지녔다는 평가다. 따라서 ‘파워형’인 박태종 기수는 경주마를 오래 쓸 수 없게 만들지만 이성일 기수는 경주마의 능력을 가장 오랫동안 발휘하도록 유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은 최대한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기수가 기승한 말들의 페이스를 교묘히 흩뜨리며 추입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노련함도 일품이다. 이성일 기수는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특히 강하며 선행마 유도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 최고의 선행마인 ‘신세대’와 경마대회 7관왕의 주인공으로 국산 마필의 최강자인 ‘새강자’를 이성일 만큼 잘 모는 기수는 없다는 평이다.
박태종 기수와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효섭 기수는 머리싸움의 귀재다. 레이스를 가장 경제적으로 운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알짜배기 코스는 김효섭 기수가 다 차지하는 느낌을 준다. 자신에게 유리한 코스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초반 자리다툼에서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과감성과 중반 이후 승부처를 선정한 뒤에는 과감하게 승부를 걸며 치고 빠지는 기술이 압권이다.
기수협회 회장인 안병기 기수는 왜소한 체구의 한계 때문인지 앞에서 거론한 세 기수들에 비해 실력은 다소 처지지만 기상천외의 작전을 골잘 구사하는 ‘레이스의 무법자’다. 1997년 ‘풀그림’으로 선입작전을 구사하며 선행마인 ‘신세대’를 바짝 붙어 견제해 나간 구도는 안병기가 아니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작전’의 승리였다. 안병기 기수가 경마대회에 유독 강한 이유는 바로 레이스를 한눈에 파악하고 승부처를 누구보다 잘 짚어내기 때문이다. 승부처에 대한 남다른 감각은 따를 기수가 없을 정도다. 안병기 기수는 체구의 약점을 머리(전술)로 커버하고 있다.
이렇듯 기수들이 경주마를 타는 폼과 레이스 운영 스타일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빅4’ 기수의 기승술만 잘 파악해도 베팅하는 데 크게 참고할 수 있다. 한국 경마를 대표하는 ‘박4’ 기수의 기본 기승술과 레이스 운영 스타일을 알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레이스 운영 방식을 변화시키는지 체크한다면 경주 당일 이들 네 명 기수의 경주 전개 방식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