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98)-5월은 나에게는 잔인한 달이었다

(98)5월은 나에게는 잔인한 달이었다
어느덧 1년 중 3분의 1이 지나갔다. 오늘이 5월의 첫날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이 있기에 인사도 다니고 선물도 사고 하다보면 가장은 주머니께나 얇아지는 달이다. 우리 아이들이 매년 5월도 되기 전에 어린이날에 무슨 선물을 사주실 거냐고 물으며 한창 기대에 부풀어 있곤 했기에 나도 무슨 선물을 사줄까 고민도 했는데 금년에는 아이들이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하니 이제 두 아이가 중학생인 것이다.
그래도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 둘째 아이에게 어린이날 무엇을 사줄까? 물으니… 아빠!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라면서 선물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고 청소년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아니고 중학생이기에 선물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5월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열 두 달 중 5월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나누는 계절인 것 같다. 이런 즐거운 계절인 5월에 나는 기수면허가 박탈당할 뻔 하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었다. 기수에게 있어서 기수면허가 박탈당할 뻔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아찔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기수협회가 창립되던 해인 1998년! 그 해 5월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기였다. 5월 5일 어린이날! 기수들과 경마공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는데 이때, 누군가 나에게 기수, 조교사가 외부인과 전화 통화한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주고 간 것이다. 소위 기수, 조교사들의 전화를 도청한 테이프였다.
이 테이프를 여러 기수들과 듣고는 테이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경마 부정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고 보고는 이 테이프를 기수들과 소각시켰는데, 마사회로부터 내가 “부정경마와 관련 개연성이 있는 도청 테이프를 신고치 않고 임의로 폐기함으로써 경주 공정성 확보에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러한 것이 기수 품위 손상에 해당된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때 나는 조교사 시험에 합격해 막 마사회장의 결재만을 남겨 놓고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 조교사 합격은 취소되고 마사회는 수원지검에 나의 수사를 의뢰, 조사를 받게 하는 한편, 나는 하루에 10시간씩 마사회 자체 조사까지 받으면서 곤욕을 치렀었다.
다행히 검찰에서도 나에게 죄를 주지 않았으며 마사회는 조교사 면허 합격을 취소하고 재정위원회를 열어 기수면허에 대하여는 경고를 주는 징계로 마무리했는데 참으로 아찔아찔한 순간이었다.
작년 5월에는 기수협회 리베이트 문제로 일주일간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며 구속되는 상황까지 갔다가 살아 나오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기수협회가 독립하면서 기수들의 퇴직금을 은행에 예치시켜야 하는데 그 당시 어느 곳에서나 이자를 6∼7% 주는데 S보험사에서는 확정 이자를 11%나 준다고 하기에 이사회를 거쳐서 S사에 예치시키고 그 당시 리베이트는 어느 곳이나 주었는데 그 리베이트를 받아 기수협회를 위해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여(변호사 자문도 받았다) 사용하게 됐다. 이후 조사를 받으며 알게 됐지만 리베이트는 받는 것 자체가 특별법에 걸리며, 리베이트를 개인이 착복했을 경우에는 배임죄까지 성립되기에 무조건 구속이라는 것이다.
“저축을 하는 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정해진 이자, 복금, 보험금, 배당금, 보수 외에는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금품 기타 이익을 수수해서는 안 된다” 즉,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 “금품”이나 “물품”을 받게 되면 액수를 불문하고 무조건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특별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인데 나는 금품을 받았으니 당연히 처벌 대상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들이 전원 구속이 되었는데 나는 유일하게 약식기소(벌금형)를 받아 기수면허는 살릴 수가 있게 되었다.(기수면허는 집행유예를 받으면 취소가 된다)
아무튼 나는 이 화창한 계절에 철창에 갇힐 뻔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여러 차례나 겪었기에 5월은 나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에게도 5월에는 화창한 날만이 오기를 바란다.

PS : 팬 여러분 리베이트 조심하세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하고 법은 다르더라고요.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