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서울마주협회 내분 서둘러 수습해라

팀장급 간부 3명의 해고 조치가 알려진 이후 서울마주협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사자인 서울마주협회 회원들은 물론이고 한국마사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그리고 각 단체 노조와 경마팬들까지 마주협회의 분열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지난주 조교사협회노조가 본지에 성명서를 게재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직원의 일방적 해고 조치를 결정한 마주협회 집행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경마팬 투고가 본사로 접수되기도 했다. 해당 투고문은 협회 분열 가속, 회원 불만 고조, 운영비 부족 등 직원들의 해고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진태 회장과 집행부가 내세운 논리는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회원들 간 불신이 팽배하고 불만이 고조되는 것은 회장 이하 집행부가 책임질 사항이지 10년 가까이 근무해 온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풀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일반 경마팬을 비롯한 외부에까지 협회의 운영 실태와 분열 사태가 알려지고 파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마주 회원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경마계의 시각은 한결같다. 이미 고조될대로 고조된 마주협회의 내분 사태를 이제라도 마무리짓고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로 개인마주제가 탄생한 지 꼭 10년째 된다. 경주마와 경마시행의 초석을 다져 선진경마로 가기 위한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해 태동한 개인마주제는 그러나 마주자질에 대한 논란, 사회 지도층 인사로 구성된 회원들 간 분열 등으로 제도 시행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왔다는 게 지난 10년 간의 정확한 평가다.
우수마 소유를 통한 경주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해왔는지 마주들 스스로 진단해 보면 왜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마사회가 외산마 개별수입제를 도입하려 할 때도 마주협회는 일괄도입, 추첨분양 방식을 고집하며 선진경마시행을 가로막은 바 있다. 매년 난항을 겪고 있는 경마상금협상에 대해서도 마주협회의 자세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적자 마주 수를 줄이고 서로 고르게 상금을 나눠 가질 것인지에만 치중할 뿐 경쟁성 강화를 통한 경주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사사건건 불만을 토로해왔다. 올 경마상금 책정에서 마사회는 경주마 가격을 대폭 확대해 상금 폭을 무려 17%나 인상시켰지만 마주협회는 이런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재해위로금 폐지, 순위상금 대상 축소 등에만 집착하며 경쟁성 완화를 주장해 왔던 점을 상기해 보면 과연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외산마 개별수입제는 한동안 정체돼 있었던 경주마 수준을 일시에 몇 단계나 끌어올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으며, 상금에 반영되는 경주마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승 시키면서는 우수마를 도입하고자하는 마주들의 의욕을 부추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바, 마주협회 스스로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진경마시행을 위해 마주들이 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는 참으로 막중하다. 4백여 회원들이 하나로 뭉쳐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도 바쁜 판에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져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가 하면, 마주 회원들의 손발이 되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협회 직원들이 집행부에 대해 이런저런 폭로전 양상까지 벌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또 한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누가 마주를 명예직이라고 인정할 것인가. ‘수상이 되기 보다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는 영국 처칠 수상의 바람을 우리 마주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마주협회는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아집과 편견은 버리고 회원들의 쓴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근시안적이고 순간적인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마주로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대승적 차원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한 배를 탔던 마주 회원들이 왜 ‘경사모’‘코토바’그리고 ‘과천마주클럽’으로 떨어져 나갔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현 마주협회의 집행부가 현실을 직시할 능력이 있는지, 회원과 직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만큼 심적 여유와 개방된 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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