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더비의 중요성
다음달 18일(일) 열리는 제6회 코리안더비를 앞두고 출전 예정마들의 몸풀기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열린 문화일보배 우승마인 ‘프레쉬갤로퍼’를 비롯해 ‘엔돌핀’‘당대한’‘늘완승’ ‘꿈마을’ 등 3세마들이 더비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리안더비는 ‘경마=생산’이라는 등식에 맞춰 나온 레이스다. 코리안더비가 탄생한 것은 한국경마가 선진화로 가는 중요한 밑거름이다. 훌륭한 더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영국 더비는 올해로 224회, 켄터키 더비는 129회 째를 맞고 있는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더비 경주는 1780년 영국의 더비 백작에 의해 창설됐다. 1779년 더비 백작이 해밀톤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귀족들의 풍습에 따라 경마대회를 열게 되었다. 유별난 일을 잘 벌였던 더비 백작은 결혼기념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구상했다. 당시 영국 엡섬 지역의 경마는 5세 이상의 나이 든 토종말이 참가하는 2마일(3천2백m) 또는 3마일(4천8백m) 장거리 경주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당시 경마계에서는 ‘어린 말에 스피드를 요구하는 경주를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더비 백작은 특별이벤트로 3세의 암말만 출전하는 2천4백m 레이스를 개최했다. 이 이벤트는 엡섬의 더비경 소유별장의 이름을 따 ‘오크스’ 대회로 불렸다. 제1회 오크스 대회에서는 더비경 소유의 ‘브리지트’가 우승해 오크스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고 승리에 고무된 백작은 수말도 참가하는 3세마 경주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1780년 5월 제1회 더비 대회가 열리게 됐다. 이후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 열려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카지노와 경륜, 경정, 경견 등 동종 라이벌 산업의 등장으로 인한 경마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더비와 같은 주요 경주는 이벤트화된 상품으로서 여전히 경마시행국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각 나라 경마 시행체들은 말에 대한 능력검증 수단으로서 더비 경주 뿐아니라 3세마 경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3세마가 된다는 것은 경마계에 자기의 혈통을 남기든가, 아니면 조기 도태될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더비 경주에서 검증을 마친 3세마들은 대개 생산에 조기 환원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마는 곧 생산’이라는 방정식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경마와 생산이 별개로 인식돼왔다. 경마고객들은 생산과 혈통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베팅에만 치중해 ‘경마산업’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수가 없었다. 경마시행체가 마필 생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상황에서 지금은 무엇보다 생산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마선진국과 같은 3세마 경주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3세마 경주는 생산과 직결되므로 생산을 고려한 등록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즉 교배에서 경주 출전까지 지속적으로 마필 관리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의 더비 경주는 우수마에 의한 경마시행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3세마 경주가 제대로 확립되려면 2세마의 도입이 조기에 이뤄져야 하고 2세마에 대한 체계적인 경마시행도 준비돼야 하기 때문이나 이렇게 되면 자율경쟁체제 하에서 말이 생산되고 생산된 말의 원활한 수급체계가 이뤄진다. 경마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한 우수마에 의한 경마시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비는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서 태어난 최고의 경주마가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3세마 경마대회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5차례 대회에서 암말이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점, 수백만마리가 출전 신청을 하는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10여마리만 출전 신청을 하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주마로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다 영예롭게 씨수말로 활동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의 역대 더비 우승마들은 씨수말은 고사하고 경주마로서도 더비 챔피언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리안더비는 단순한 경마대회가 아닌 21세기 한국경마를 이끌 국산마들의 등용문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