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케이블TV와 위성채널을 통한 경마중계방송이 재개됐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를 끝으로 3개월 여 만에 부활된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 경마방송을 시청하고자 하는 경마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희소식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0분 후 송출방식이라는 소위 녹화화면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음성생중계로는 출발 신호가 울리고 있는데 TV화면에서는 경주로 예시 화면이 나오고 있으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또 실질적인 이용가치가 훨씬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경주 결과만 확인하고 경주 장면을 감상하려고만 한다면야 시차 방송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지만, 재택 베팅하는 이용객들이 거의 대부분인 지금 상황에서는 발주 10분 후 시차방송이라는 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는 뜻이다. 전화투표로 마권을 구매하는 것도 방송만 의존하다 보면 시간대를 놓치기 일쑤고, 서둘러 경주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그 시차가 너무 길어 애가 탄다는 게 대부분 이용자들이 제기하는 주요 불편사항이다.
여기에다 한국마사회는 그동안 경주 직후 제공했던 인터넷 동영상도 경마방송과 마찬가지로 10분 후로 늦추겠다고 발표해 경마장을 직접 찾지 않고 가정이나 혹은 제 3의 장소에서 경마를 즐기려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마팬 중에는 시각 장애나 지체 부자유 장애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층도 상당수다. 이들은 경마공원 본장이나 각 지점의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못해 각 가정에서 인터넷·케이블·위성채널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시각 장애인은 마사회 방송팀이 제공하고 있는 경주 실시간 음성생중계를 청취하면서 조금이라도 아나운서 멘트가 잘못되거나 불분명한 게 있으면 즉각적으로 방송팀에 직접 문의, 또는 항의하면서 내용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경마를 즐기고 또 관심 갖는 층이 광범위하다는 의미다.
한국마사회가 지난해까지 시행했던 경마실황중계 방송을 사설경마 확산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또 이제와 녹화방식으로 재개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경마실황이 사설경마의 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 사설경마를 막을 방도는 찾지 않고 단순하게 실황방송을 폐지해 버린 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과 다름이 없다.
한 가지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와야 하는 것이 시행체의 역할이고 경마산업의 발전 방향이 될 것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질환) 발병 공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개장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연일 하루 입장객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메인카지노는 지난 5일(토) 하루 모두 6천9백34명이 입장해 지난 2000년 스몰카지노 개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는 반대로 그동안 경기와 무관하게 호황을 구가했던 경마가 최근 몇 개월 새 20%에 가까운 매출 감소, 또 입장객 감소를 겪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똑같이 사행산업으로 간주되며 천덕꾸러기 취급받고 있지만 세계적인 레저타운 건설을 표방하며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에 나선 분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분야는 서서히 도태되고 있다는 현실을 한국마사회와 경마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마사회는 사설경마를 들먹이며 경마실황에 난색을 표명해왔지만 경마방송이 제공되지 않았던 올 3월까지 사설경마 적발 건수만 벌써 6건에 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마실황방송과 관계없이 현재의 환급률, 마권구매상한선제와 같은 불필요한 제도, 경마장의 서비스 실태 등으로는 확산되는 사설경마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경마중계방송을 실황으로 다시 전환하는 것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전향적인 검토가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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