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예시장에서 기수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종종 경마 관련 사이트를 두루두루 둘러보게 된다. 기수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글들이 있을 때 씨익…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못 알려져 있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결하여 줄 방법은 없지만 많은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어느 사이트를 보니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기수들이 예시장에서 대화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때 대화 내용이, 혹시 인기마에 기승한 후배 기수에게 “너! 빠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작전 지시하는 것 같기도 하기에… 이런걸 목격하면 베팅 전선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렇게 예시장에서 대화를 하지말고 기수대기실이나 숙소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나와 의심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의 복잡한 경마 현실에서 글을 쓴 팬의 생각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예시장에서 기수들이 어떠한 대화를 할까? 에 대해 팬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내용은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그럼 과연 기수들이 대화를 하면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이 그냥 ‘인사’다. 팬들이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다.
기수들이 예시장에 일렬로 서고 양복 입은 사람이(마장위원) 경례! 하면 기수들은 팬들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자기의 말을 타러 가는데 이때 후배들은 예의상 선배들에게 “수고하세요” “잘 타세요”하는 등의 간단한 인사를 건넨다.(꼭 후배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그러면 상대방도 간단하게 “응, 너도” 인사를 하는데 자기 말 옆에 있는 기수일 경우는 그 몇 걸음 동안 인사말을 조금 더 길게 하다 보니 대화를 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이다.
팬과 기수와 말이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예시장! 팬들에게는 말과 기수를 관찰하는 중요한 자리고, 기수에게는 말에 기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에 긴장을 불어넣는 곳이다. 이런 예시장에서 기수들에게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기수들은 가끔 예시장에서 작전 구상 등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작전 구상을 하다가 자신이 탈 말을 헷갈려 다른 말 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되돌아 자신의 말로 오는 경우도 있으며 그래도 자신의 말 쪽으로 빨리 알아차리고 돌아오면 창피함이 덜한데 아예 다른 기수의 말에 올라탄 경우도 있다. 다른 말에 올라타 있는데 다른 기수가 오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창피하냐... 웃으면서 말에서 내려와 자신의 말로 뛰어간다.(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음)
기수를 잘 태우려고 하지 않는 악벽마를 타려다가 말과 함께 넘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말에 탄다고 올라타다가 너무 높이 뛰어 말 위를 훌쩍 넘어가서 반대편으로 꼬꾸라지며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말을 타다가 반대편으로 떨어지고 나면 쪽팔리고(?) 재수 없어서 말을 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인기마가 부러지고(?) 다음 경주를 위해 예시장에 나가면 팬들의 야유가 대단하기에 두려울 때가 있는데, 이것도 모자라 언젠가는 어느 팬이 자살을 하려고 목에 줄을 메고 예시장으로 뛰어든 적이 있다. 깜짝 놀란 기수들이 뛰어가서 팬의 다리를 잡고 구출하여 주었던 일도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바로 예시장이다.
예시장에 걸려 있는 많은 플랭카드를 볼 때면 팬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기수들은 팬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수가 깊이 생각할게(?) 무엇 있어 말을 열심히 타면 되지…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