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이제는 바꿔야한다. - 한국경마는 공산주의 경마인가?

지난해 남자들이 유난히도 싫어했던 광고가 하나 있다. 잘생긴 남자가 1,50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미모의 여자와 호화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카피 한마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수많은 남자들을 기죽게 만든 문제의 광고다. 보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 광고는 ‘1% 마케팅’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광고는 많은 고객 확보보다 우수고객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경마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많은 재원을 제공하는 우수고객은 바로 고액베팅을 하는 경마팬들이다. 공식적으로 고액베팅을 하는 채널이 없으니까 한국마사회는 부정을 할지 모르겠지만...
경마가 도박적인 속성도 있지만 레저스포츠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고, 한국마사회가 민영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1% 마케팅’ 개념을 무작정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국인 카지노는 ‘1% 마케팅’을 하고 있으나 그곳은 도박장으로 공표를 하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마사회와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권구매상한선이 있다고 고액베팅을 하는 고객이 없는가? 아마도 경마장에서 10만원 마권구매상한선이 정확히 지켜진다고 믿는 고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한국마사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한국마사회가 마권구매상한선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경마의 본질은 베팅이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라는 공자님 말씀 같은 소리만 하지말고 일일구좌를 없애고 구좌투표는 영구구좌로 일원화해야 한다. 고액베팅을 하는 팬들이 일일구좌를 애용한다는 것이야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고액베팅을 하려면 여러 번 반복구매를 해야만 하고 그것 때문에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마권을 구입하려는 줄이 길어지고 새치기도 많아지게 된다. 그 덕에 고액베팅을 하는 경마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모든 경마팬은 10만원 미만의 베팅을 해야하며, 그 이상 구입할 경우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개념은 공산주의에 가깝지 자본주의에 부합하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우수고객실에서 도우미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경마를 즐겨야할 팬들이 그런 서비스를 못 받는 것은 고사하고,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악다구니 쳐가면서 마권을 사고 다른 이에게 구박받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블랙코메디다. 현재의 마권구매상한선은 94년에 책정한 10만원이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해도 몇 배는 올랐어야 맞지만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사실 그 구매상한선을 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점이 우려된다면 고액베팅 방을 별도로 운영해서 고액베팅을 하는 경마팬만 출입하게 하면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제도는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제도를 통해 현실을 계도하고 바꿔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 봉건사회의 발상일 뿐이다.(그때도 제도를 통해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다)  현재의 체제로는 고액베팅을 하는 팬들도 불편하고, 소액베팅을 하는 팬들도 불편하다. 현실에도 맞지 않고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는 제도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어차피 경마를 통해 망가지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경마팬 본인이 책임질 일이지 시행체에서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지켜지지도 않는 제도를 들고 나와 팬들이 망가지지 않는 틀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오바’일 뿐이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