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 돈을 걸고 결과를 기다리는 경마팬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가 제공돼도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경주추리와 마권구매를 위해서는 경마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마환경에서는 ‘정보’라는 것이 다른 분야와 달리 조금 묘한 어감을 주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 간 나쁜 의도로 사용되거나 부정 경마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원흉으로 작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가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경마 분야 역시 정보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립하고, 또 이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경마정보는 우선 한국마사회가 공지하고 있는 출마표를 비롯한 각종 경주 성적 관련 데이터, 한국마사회로부터 출입증을 발급 받은 경마전문지 기자들이 마사지역을 출입하며 취재해 제공하는 경주마·기수·조교사 관련 정보, 경마전문가들이 새벽에 직접 훈련 관찰을 하면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신문·전문지 등에 게재하는 경주마 상태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경마전문지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경마 분야도 인터넷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다양성을 띠는 한편, 마사회의 자체 정보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경마정보의 제공 틀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공되는 경마정보의 깊이를 따지자면 아직도 선진경마시행국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경마정보를 둘러싼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마문화는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성이 생명인 경주 관련 데이터들이 빈번하게 정확성을 상실하는가 하면, 경주마 상태와 관련한 조교사·기수 인터뷰가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경마팬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는 경마전문지나 취재 기자와 관련한 각종 제한이 취재 영역의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공정 경마 시행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마시행체와 더 많은 정보를 취재해 제공하려는 전문지, 그리고 경마정보의 창출자면서 외부에 왜곡되게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우려하는 경마종사자 간 사고방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건전한 경마정보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전달 및 유통이야말로 공정경마시행의 밑거름이면서 경마종사자 모두의 위상을 높여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모 신인 기수의 ‘예상지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심히 유감이다. 신인 기수의 철없는 말실수라고 접어 두기에는 발언 의도와 사고방식이 상당히 의심스럽게만 보인다. ‘예상지’와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면 도대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공인의 신분에서 경마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인가.
경마전문지는 적어도 경마정보와 관련해 시행체, 종사자, 그리고 경마팬들로부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에 부합하는 역할 수행도 따라야함은 물론이다. 과거 일부 경마전문지가 예상 마번 나열에만 급급해 올바른 언로로써의 역할을 포기하고, 허위 적중 광고에 치우쳐 정보제공 채널로써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점은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사실, 40여 개의 경마전문지가 난립하면서도 정보의 질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경마팬들의 냉정한 평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시중에 유통되는 경마정보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마팬도 상당수다.
그러는 사이 음지에서는 불법적인 경마정보 유통이 아직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공지되는 경마정보에는 시큰둥하면서도 이면에 감춰진 무언가를 찾겠다는 욕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
경마정보의 개념 정립과 이의 정상적이고도 올바른 유통이 시급하다. 이것만 해결돼도 지금까지 발생하고 있는 경마부정사건 중 상당 부분은 말끔히 해소될 것이다.
경마시행처의 의지와 경마종사자의 개방된 마인드, 그리고 경마전문지 및 경마정보 제공 채널의 투명한 역할 수행이 절실한 때다. 물론 넘쳐 나는 정보 속에서 이를 선별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국 경마팬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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