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마필 관계자에게 말(馬)은 가족과 같아요!
스타트를 하기 위해 발주기에 마지막 말이 들어간다. 모든 팬들의 시선은 자연히 자신이 베팅한 말이 들어간 칸을 주시하게 되고 스타트하고서도 응원하는 말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주시할 것이다. 이런 팬들과는 달리 나는 마지막 말이 들어가고 나면 어느 특정한 말만을 보는 것이 아니고 전체를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에서 골인까지 눈을 고정시키고 모니터에 비치는 모든 말들을 한눈에 보며 따라 다닌다.
경주장면이 모니터에 두 번 나오기에 첫 생방은 이렇게 전체적으로 한눈에 보고는 재방영 할 때 사고나 순간적으로 문제나 있는 말들을 주시하여 본다. 토요일 5경주에 ‘도버문’(기수/최봉주)이 선행을 가고 있고 뒤에 줄이어 무리를 지어 레이스가 펼쳐지는데 맨 뒤에 있던 말이 4코너를 돌아 조금 오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꾸벅꾸벅 하는 것 같다. 순간, 아! 고장(?)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맨 뒤에 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부상당한 것 같은데 어느덧 기수는 말을 세우고 있다. 말이 머리를 치켜들며 괴로워하고 있다. 기수복을 보니 양희진이다. ‘롱런’이라는 말을 이성환에서 기수변경 되어 희진이가 기승을 하게 되었다. 경주 중에 이렇게 말이 부상을 당하면 기수는 어쩔 줄을 모른다. 특히 부상마가 일류마로서 그 조의 기둥마일 경우는 왠지 두렵기까지 하다. 부상당한 말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부상당한 말을 관리하던 마필관계자 모두가 모니터를 보면서 애간장이 탄다.
나도 경주를 펼치면서 내가 기승했던 경주마를 부상으로 숱하게 떠나 보내는 슬픔을 겪었는데 사고마 중 나로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은 ‘밝은전망’이다. 당시 일류마였던 그 말은 나에게는 부와 명예를 안겨 주기도 했는데 그만 선행을 가다가... 뚝! 소리가 나더니 앞다리의 건이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경주 불능 처리돼 경주로를 떠났다. 이때의 슬픔이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밝은전망’을 관리하는 모든 관계자가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결국 마필관계자에게 말은 가족과도 같은 것이다.
말이 네발을 버티고 서 있을 때 체중의 60%는 앞다리에 실리고 나머지 40%는 뒷다리에 실리는데 그것은 앞다리가 머리와 목의 무게를 더 지탱하기 때문으로 말이 운동을 시작해 전속력으로 달릴 때면 약 500kg에 가까운 체중에 시속 60km 정도의 스피드가 가해져 착지할 때 앞다리에 실리는 충격은 자기 몸무게의 10배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말의 운동질환은 뒷다리보다 앞다리에서 많이 발생한다.
말들이 이런 무거운 체중으로 스피드를 내고 달리기에 주로 바닥이 고르지 않으면 다리를 디딜 때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래서 주로상태가 불량하거나 또는 비가 올 때는 주로를 아무리 평평하게 한다고 해도 고르지가 않아 부상마가 많이 발생한다. 우리 경마장 말들이 움직이는 주위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특히 말들이 훈련하고 경주를 하는 경주로는 심각할 정도로 불량하다.
경주마는 운동선수다. 운동선수는 강해야 되기에 강한 훈련을 하다가 또는 경주 중에 부상으로 경주로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힘든 경주마로서 생활을 하려다보니 많은 경주마가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잘 달리던 말들이 갑자기 성적이 저조할 때 말이나 기수에게만 탓하지 말고 열악한 환경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경마장이 말들의 천국이 될 수 있게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주마로서 강한 훈련을 하고 열심히 달리는 우리의 사랑스런 말들이 제발 부상이 없기를 바란다.
P·S: 경마장에서 말이 부상을 당하면 고장났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고장났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지금은 말이 부상당한 것을 두고 고장났다는 표현이 쉽게 나오고 있으며 친근감이 간다. 왜 일까?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