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처음 등장한 인터넷 마권구매대행업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십 수 개 업체로 늘어 횡행하면서 경마팬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한글 도메인 주소로 ‘마권구매대행’을 쳐보면 당장 5개 업체명이 뜨고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스포츠지 경마 면에 버젓이 광고까지 게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마권구매대행업체는 직접 경마장을 찾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권을 구매할 수 없는 경마팬들을 위해 마권구매를 대행해주면서 건 당 많게는 7%에서 적게는 5% 가량 수수료를 별도 징수한다. 또한 원하는 금액만큼 무제한으로 구매해주기도 해 한국마사회의 마권구매상한선제가 무색할 정도다.
인터넷을 통해 마권구매를 대행해 준다는 A업체의 경우 1천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5%의 수수료율을, 1백만 원 미만은 7%를 적용한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구매액이 아닐 수 없다. 서울경마장의 발매 마감 5분 전까지 마권구매를 해주고 있는 대행업체들은 경주 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마권을 사기 위해 경마일이면 수십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 본장 발매창구에서 이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비단 A업체만 이런 게 아니라 대부분 대행업체들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영업하고 있는 마권구매대행업의 문제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마권구매상한선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마권구매를 부추길 수 있고, 매 건 당 적용되는 수수료율 때문에 구매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누적되는 경마팬들의 부담이 커지게 돼, 결국 이를 이용하는 경마팬 입장에서는 돈을 잃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또한 배당률을 비롯해 경주 동영상, 출전마 정보 및 변동사항, 결과 등 실시간 경마정보가 제대로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해 적중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는 점, 중소 개인업체가 산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서버나 전산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지지 못해 입출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업무들이 예정된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용객의 불만 사항으로 지적된다. 구매 확인 절차도 서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무시된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점이다.
무엇보다 마권구매대행업이 갖는 가장 큰 문제이자, 이를 이용하는 경마팬이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완전히 허용된 범위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쟁에서 소비자가 절대 불리하며,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는 마권구매대행업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경마일 안내방송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경마팬들의 이용 자제만을 요구할 뿐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28%에 이르는 각종 세금과 마사회 공제금 외에 별도로 7%∼5%의 높은 수수료를 물면서 까지 마권구매대행업을 이용하는 경마팬들은 경마장 본장이나 지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마권을 구매하고 싶거나, 마권구매상한선 10만 원을 지키지 않는 고액 베팅자들이 대다수다. 일차적으로는 과도한 베팅 자체가 문제지만 이용객들이 원하고 또 실제로 시행처가 이를 통제할 수 없어 편법적인 수단이 활개를 친다면 굳이 마권구매상한선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우선 제 기능을 상실하고 시행 의의를 살리지 못하는 마권구매상한선제부터 폐지해야 한다. 또한 경마팬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마사회가 직접 인터넷베팅제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마생중계와 실시간 경주 동영상을 비롯해 현재 마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경마정보도 세밀한 부분까지 보완돼 광범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도와야 한다.
법적 제제 근거가 없다며 횡행하는 사설업체들의 난립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패가망신하는 경마팬이 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된다면 결국 그 피해에 대한 원망과 화살은 고스란히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으로 향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만 견지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경마팬 서비스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 경마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발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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