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경마일수가 늘어나면서 경주 편성과 그에 따른 경주질, 그리고 경주의 공정성 확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절기 및 설 휴장으로 각각 3주 경마가 시행된 1월과 2월에는 출전대기마가 적체되면서 경주 출전권을 따내려는 각 조의 경쟁이 치열했고 이로 인해 매 경주 14두의 마필들이 게이트를 가득 채웠지만 5주 경마가 예정된 이 달 들어서는 10두 미만의 경주 편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반된 상황이다.
경주마 자원 부족으로 편성에만 급급한 출마투표가 이뤄지게 되면 자연히 경주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승부조작을 시도하거나 이를 의심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최근의 경주 흐름을 살펴보면 출전두수는 비록 적어도 능력마는 능력마끼리 기복마는 기복마끼리 묶이면서 박진감을 살리는 경주 편성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열이 명확히 드러나는 편성에서 압도적 인기마가 입상권을 탈락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고배당을 토해내거나 심지어는 인기마 3∼4두 정도로 압축된 편성에서 일부가 고의로 최선 승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물론 경마에 있어서 절대 인기마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또 인기마라 하더라도 절대 입상을 보장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고배당도 수시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경마에 있어 불변의 진리겠지만 이 과정에서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경주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와 기수는 항상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며, 어쩔 수 없는 돌발 상황이나 경주마라는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납득해야 하는 게 경마다.
그러나 일부 기수들의 태도를 보면 공정 경마를 시행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또 프로 직업인으로서의 직업의식·윤리의식이 있는 건지 의구심이 난다.
최근 2주 간 일부 기수들에게 적용된 경주전개부적절, 마필추진동작불량 등은 경주에서 기수가 최선의 승부를 다 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심판실이 내리는 제재다. 고의성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간에 어쨌든 경주에서 불성실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마팬들은 거의 모든 경주에서 거의 모든 경주마에 돈을 걸고 결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입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서,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심지어는 승부조작의 의도로 고의적인 승부 회피를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마팬의 손실로 남겨진다.
물론 고의적인 승부조작이 개입됐다고 의심될 때는 해당 기수만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한국 경마 풍토 상 작전권을 쥐고 있는 조교사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든 간에 중요한 것은 경주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기수, 조교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경마장을 떠나는 경마팬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마가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주의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조교사와 기수는 물론 마주들까지 매 경주에서 최선을 다 하고, 이를 감시하는 마사회와 심판실이 제 역할을 해낼 때라야 경마 시행에서 공정성은 담보될 수 있다.
공정경마시행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상금 규모를 확대하고 경마정보의 폭을 넓혀 모든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주마 자원을 늘려 경주 편성 상 허점을 최소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14마리가 출전하는 경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승부조작이 7마리, 8마리 경주에서 유독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의심되는 것도 편성의 허점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마주에게만 허용되는 마권구매도 기수, 조교사 등 모든 종사자들에게 허용해 터놓고 마권을 구매하고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는 풍토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승부 조작에 의한 부당한 이익 보다 경주에서 최선을 다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상금이 더 크다면 누가 승부를 기피하겠는가.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오가는 경마정보보다 더 정확한 내용들이 공공연하게 공지된다면 누가 부정경마를 시도하겠는가.
부정한 방법이나 고의 승부기피, 불성실한 플레이 등이 적발될 시에는 관련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경마산업은 지난 몇 년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입장인원과 매출액 동반 하락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결국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마시행으로 경마팬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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