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금악목장이 민간목장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경매를 실시하기로 한데 대해 관심과 일부의 불만이 함께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경주마생산자협회가 단일 경매 시행체로 국산마 유통을 담당했던데 반해 이번 금악목장의 개별 경매를 신호탄으로 향후에는 자본과 시설을 갖춘 메이저급 민간목장들이 앞다퉈 자체 경매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지난 4∼5년 전부터 차별화되고 다양한 경매 시행을 요구해왔던 마주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독점적으로 국산마 경매를 시행해왔던 경주마생산자협회는 금악목장의 자체 경매 추진을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마사회와 농림부, 제주도청 측에 요구하는 한편, 협회 차원에서도 강력히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천명해 양측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듯 하다.
생산자협회의 이 같은 반발은 대다수 영세 회원목장들의 상대적 피해를 우려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개별 경매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경우 시장 질서에 협회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과 서울경마장의 마방수는 한정된데 반해 자칫 공급 과잉이 빚어질 경우 이에 대한 통제가 전혀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도 함께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마 생산 분야에 이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 또한 사실이다. 즉, 그동안 국산마 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 정책적으로 일정 부분 배려를 받아왔던 민간목장들도 이제 자본·기술력·생산 노하우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때가 왔다는 뜻이다.
사실 경주마 생산분야에서의 경쟁체제 도입은 최근 몇 년 새 이미 하나 둘 조짐이 보였었다. 마사회에만 기대왔던 민간목장들이 나름대로 발전 방향을 모색하면서 자체 씨수말 도입에 나서 생산의 효율성을 기하고 종부료의 유료화를 추진하는 한편, 내륙에서는 별도의 생협이 구성돼 내륙의 경주마 생산과 유통 질서를 새롭게 세우기도 했다.
중앙목장, 금악목장, 송당목장, 대천목장과 같은 대형 메이저급 목장들은 워킹머신, 발주기, 경주로 등 자체 기초 육성시설을 구비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기도 하다.
반면 이렇게 생산 육성된 경주마의 유통 구조는 지난 5년 간 큰 변화 없이 소수의 마주·조교사와 연결된 일부 목장들의 개별 거래 방식과 생협이 연간 2∼3차례 시행하는 경매 방식으로만 그것도 대부분 2세마 위주로 이뤄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2세마 외에 18개월 미만의 육성마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매 대상마로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생협은 이러한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육성마 경매를 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금악목장이 이번에 자체 육성마와 민간목장 매입마 각각 30두씩 무려 60두를 대상으로 자체 경매를 시행한다고 하니 관심과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처음 열리는 민간 경매다 보니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도 물론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철저한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경마산업의 구조 속에서 살아 남기 어렵고 이제 경주마 생산 분야도 이에 동참해 어떻게 하면 더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경주마 공급과 유통에 관한 변화 요구는 비단 국산마 생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마사회와 마주협회는 외산마 도입 방식에 혁신적 변화를 시도, 경마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과거 저질의 경주마를 일괄도입해 추첨분양하던 방식이 1년 새 자취를 감추고 우수한 외산마를 마주 스스로 개별 구입해 경주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으며 이런 노력은 경주질 향상이라는 결실을 낳고 있는 것이다.
경주마 생산은 경마산업의 근간이다. 생산 분야를 도외시하고는 경마산업 자체의 발전과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서울경마장의 국산마 점유율이 70%를 넘어선 지금, 경주마 생산 분야도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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