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마는 군을 기본으로 한 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승군기준은 3위 이내의 조건상금이 얼마나 되는가다. 현재 국산마는 5개의 군으로, 외국산마는 4개의 군으로 구성돼 있고, 외국산마는 국산마 경주에 출전할 수 없는 반면, 국산마는 외국산마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데, 이때는 핸디캡 경주와 경마대회를 제외하면 2kg의 부담중량을 감량받는다. 약간씩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런 틀 속에서 지난 몇 년간 경마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국산마에 대한 보호장벽을 설정하고, 외국산마 경주보다 국산마에게 더 많은 상금을 주는 시스템은 국산마 생산 장려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국산마의 숫자도 미미했고, 그 당시 국산마의 수준도 낮아 외국산마와 정면대결을 펼치기도 힘들었다.
국산마를 처음 육성하는 시기라면 보호장벽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없이 보호만 하면 국산마의 수준은 향상되지 않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아울러 외국산마의 상금이 정체되어 있는 한 우수한 경주마 수입은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산마 수준향상을 위한 자극은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거기다가 국산마는 이미 경주마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국산마, 외국산마 체계를 폐지하고 다시 판을 짜야할 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군체계에서는 승군은 있으나 강군은 없다. 따라서 현 군에서는 상금벌이가 가능하지만 승군하면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말은 당연히 승군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말은 1군에 올라가 몇 년을 지내면서 바닥을 기고 있고 실력으로 따져도 3군 실력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 말이 1,2군에 많이 있다는 것은 경주 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며 경마의 박진감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사유로 승군을 기피하는 것은 그래도 그 말들이 능력한계마라고 팬들이 판단하니까 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많지 않다.(그래도 1년 상금을 기준으로 강군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대상경주를 앞두고 벌어지는 작태이다. 최근 국산마 2군 경주를 보면 난리도 아니다. 다음달 있을 국산마 2군 경마대회를 앞두고 거기에 나갈 인기마들이 줄줄이 무너져서 고액배당을 양산하고 있다. 설마 그렇게 했을까 싶지만 팬들의 눈에는 인기마들을 출전시킨 마방에서 어떻게 핸디캡을 줄여볼까, 어떻게 하면 승군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외국처럼 경주조건은 주지만, 군과 같은 등급개념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주마 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경마대회만이라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경마대회의 문제점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작 성 자 : 박종준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