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경주가 성립되고 경마팬들이 마권을 구입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경주마 생산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육성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후 경주마로써 가다듬기까지 숱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이를 매개로 경마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행체인 마사회와 각 경마단체의 세부적인 틀 마련, 그에 소속된 전문 인력들의 세심한 관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도, 또 쉬운 것도 없다. 매주 주말마다 일일 11개에서 12개씩 열리는 경주를 위해 이처럼 많은 인력과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흔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즉,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경주마가 생산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관리와 경마시행체계가 마련될 것인가 하는 내용들이 우리의 경마산업에는 빠져 있다.
규모는 점점 더 비대해지고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인력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품(경주)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종사자들의 전문성 확보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세계적인 규모의 경마를 시행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국내외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한국 경마의 현주소라 할 수 있겠다.
경마는 경륜, 경정, 카지노 등과 같은 여타 사행성 경쟁산업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말이라는 동물을 매개로 인간이 함께 호흡을 맞춰 우승열패를 가리는 스포츠로서의 본질에 베팅과 연결되는 도박적 속성이 가미되면서 복합적인 산업의 성격을 띠게 되기 때문이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마필관계자는 물론 공정하고 짜임새 있는 경마시행을 위해서는 그 종사자들이 오랜 시간 축적한 노하우도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같은 전문성은 경마전문지나 예상전문가들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경마시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경마전문가가 필요한데 우리의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 돼지 등 가축을 사육하던 축산농민들이 경주마 생산에 처음 뛰어들면서 지금까지 겪었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앞으로도 반복될 소모적인 행위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산 기반은 어느 정도 다져졌는가, 경주마의 생체 리듬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결국 실전에 적용함으로써 조교사들이 효율적인 마필 관리를 가능케 하도록 체계적인 연구 노력이 따랐는가, 경주마 사양관리에 관한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되는가 등등… 학술적인 연구와 이의 실전 적용 및 접목에 관한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경마의 뿌리를 견고하게 다져줄 초석이 될 것이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체득한 경주마 생산자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의 감각적인 노하우와 그들만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노력이 더해져 이들을 이끌고 상호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이들의 전문성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2005년 지방경마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전문성을 요하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은 기수 양성에 국한돼 있는 교육분야를 확대해 종합경마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그동안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경험할 기회가 적었던 마필관리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제라도 경마전문가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한국의 경마시행 환경을 건강하고 튼실하게 다져줄 기본적인 요건임을 알아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은 인재를 키워내는 일이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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