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명절을 전후하여 한 주 정도 휴장을 하고 있다. 지난주는 ‘설’이 있는 주였기에 주말에 경마가 열리지 않았다. 2월1일(토요일)이 설이었는데 만약 경마가 열렸다면 경마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경마관계자들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러 가지 못하고 경마장에 있어야 했을텐데 다행히도 경마가 열리지 않아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낼 수 있어서 좋았을 것이다.
나는 명절이라고 몇 일간 쉬면서 오랜만에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가까운 서울에 살면서도(친구들이 주로 서울에 살고 있다) 다들 자신의 직업이 있어서 그런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우연히도 설 다다음날 만나게 되었다. 대낮부터 술을 먹기도 그렇고 하여 나는 친구들에게 차로 드라이브나 하러 가자고 해 차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말도 구경할겸 말 목장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서울근교에 있는 안성의 비봉목장(대표:장재원)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어릴적 친구들 중에는 경마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보니 내가 경마장 기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경마장이 무슨 도둑놈 소굴인지 알고 경마장 도박판에(?) 들어가서 인생 다 망가진다고 하며 기수가 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으며 내가 기수가 되고서도, 아니 지금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경마장에 잘 오지 않아 경마에 대하여 모를 뿐 아니라 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친구 중에 내가 기수가 되고서 경마를 즐기는 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 친구들은 경마에 도사들이다.)
경마나 말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친구들과 말 목장에 오니 그들에게는 말에 대한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나 보다. 생산목장이다 보니 배가 불∼룩 나온 임신한 말들이 기우뚱기우뚱 걸어 다니는 모습에 신기해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서 태어나는 말들이 과천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뛰는 것이라고 하니 깜짝 놀란다. 어떻게 된 게 경마장에 잘 가지도 않는 친구들이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뛰는 말들은 모두가 외국에서 들어온 말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과천 경마장에 있는 경주마의 70%정도가 국산마라고 설명해 주었다. 하기야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국산마가 늘어나게 되었는데 경마도 모르는 친구들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친구들에게 마구간에 왔으니 말밥 주는 노가다나(?) 하자고 하니 친구들이 그러자고 해 30여 두의 말밥을 주게 되었다. 30여 두의 말밥을 준다고 할 때 친구들은 소 같이 사료를 많이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힘 좀 쓰려고 팔들을 걷어 젖혔건만 막상 말들에게 아주 적은 양의 사료를 주는 것을 보고는 놀란다. 덩치가 큰말의 한끼 사료가 조그만 바가지로 두 번 주면 되는 것이기에 어떻게 저런 덩치의 말에게 사료를 요렇게 조금 주냐고 하는 것이다.
뜻밖에도 하루종일 목장에 있는 동안 친구들은 말에 대해 궁금하고 신기해하는 것이 많았다. 친구들이 말을 가까이서 본 것이 경마장, 그리고 제주로 신혼여행가서 말 타고 사진 찍은 것이 전부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은 말과 가까이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은 경마장하면 한탕의(?) 베팅만을 생각하고 실제로 경마장은 팬들을 위하여 말이나 경마에 대한 문화를 보급하는 것보다는 베팅에 치중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게 우리네 경마의 현실인데 이제는 경마 정책이 일반인이나 팬들에게 베팅보다는 말과 가까이 어울리고 쉽게 볼 수 있는 그러한 정책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지금도 조금은 하지만...)
경마장은 베팅의 문화가 아니라 국민이 말과 함께 쉽게 어울리며 자연스런 마문화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곧 이러한 정책이 우리 경마의 나쁜 이미지를 벗고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경마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