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수)부로 한국마사회 정기인사이동이 이뤄졌다. 금번 인사이동에서 특이할 만한 사항은 부산경남경마장 개장을 위한 준비팀이 구성, 준비 작업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최태경 경마처장이 부산경마사업처장으로 임명된 것을 비롯해 3급 이상 간부 19명이 부산으로 파견, 앞으로 실질적인 부산경마시행의 틀을 세우게 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마시행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단계에 돌입한 한국마사회는 서울경마장과 대등한 규모를 전제로 경주질은 대폭 향상시켜 부산경마장은 물론 서울경마장까지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초 2005년 4월 개장을 목표로 했던 부산경마장은 그러나 연약지반 발견에 따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 개장 시기는 계획보다 다소 늦춰질 전망이지만 한국마사회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준비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01년 8월 첫 삽을 뜬 부산경마장은 앞으로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 쯤 960칸에 달하는 마사가 완공될 예정이고 올 6월부터는 조교사, 9월부터는 관리사를 선발·양성, 단계적으로 배치하게 된다.
경주질 향상과 직결되는 외산마 도입 단가는 최소 2만 달러에서 많게는 3만 달러로 책정될 전망이라 서울경마장에서 뛰고 있는 경주마들의 수준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부산경마장에 적용될 경마관련 제도는 무엇보다 단일마주제에서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며 완전한 탈바꿈을 하지 못한 서울경마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철저한 개인마주제 시스템을 적용, 경쟁원리를 극대화함으로써 경마의 본질을 그대로 살려나가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기수 프리계약제나 마방대부제, 경주당상금제에 따른 고용계약체계 개선 등이 바로 그 핵심이다.
부산경마장의 성패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얼마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느냐, 또 얼마나 빨리 정착될 수 있느냐에 모아질 것이다.
사실 경마지방화에 대한 열망과 바람은 경마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의견 대립이 여기저기서 돌출 되고 있는 점 또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등 경마단체들이 선진 제도의 입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경마만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적자 마주 해소, 생존기반 마련, 고용불안 해소, 경주마 생산과 육성에 관계된 인프라 확충 등 각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은 각기 달라 보여도 경마 선진화를 위한 1차적 환경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적 상황에 대한 위기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진적 제도를 그대로 끌고 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엔 경마의 기본 원리에 따라 누가 더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느냐, 누가 더 우수한 경주마를 소유하느냐, 누가 더 효율적인 관리를 하느냐,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느냐 등의 경쟁 요소에 의해 본질이 구현돼야 하고, 또 그럼으로써 환경도 더불어 개선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산경마장의 경마시행 틀이 제 모습을 갖춰 나가는 동안 많은 진통이 따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급적이면 모든 경마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도 각자가 떠 안게 될 부담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다소 간의 불편사항이 발생하거나 사안에 따라 경마단체끼리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더라도 결국은 경마산업 발전과 선진경마시행을 위해 결론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서울경마장의 각종 시스템도 개선, 선진화 기틀이 더불어 마련돼야 한다.
또한 경마시행체와 농림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경마산업이 사행성 도박에서 건전레저로 도약하길 바란다면 경마팬을 위해 환급률 인상과 같은 근본적인 요구안도 수용할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경마장만 덩그라니 지어 놓고 경마만 열면 언제든 사람은 모일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고수한다면 경마지방화도, 또 선진화도 그 의미는 퇴색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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