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경마장은 경마가 열려야지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며 제 맛이 난다. 2003년의 첫 경마가 열리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무수히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경마가 열리고 나니 이렇게 이야기 거리가 많은 걸 느끼면서… 문득, 열성팬들은 휴장 기간 경주가 열리지 않는 동안에 입안이 근질근질하여(?)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틀 간의 경주를 복기 하며 인기마가 들어온 경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인기마가 부러진(소위 복승식에 해당하는 2등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에 부러졌다는 말을 한다) 경주에 대해서는 난리가(?) 아니다. 팬들은 이틀 간의 경주 결과에 따른 해설들을 멋지게 하고 있다.
인기마에 기승하고 2등 안에 들어오지 못한 기수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 헤맨 모 기수에게 집중적으로 작은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 소위 빼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지 않았다고 하며(?), 흥분하여 비난을 하는 팬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기수로서 듣자니 억지인 것도 있기에 기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여 주어도 도통 통하지가(?) 않는다. 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팬에게 기수의 이야기는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첫 경마가 시작하는 날… 지면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금년에는 “양들의 여유로 경마를 즐기자는”는 이야기를 하였다. 여유를 갖고 경마를 즐기다 보면 경마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보다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인사였다.
팬들이여 거듭 말하지만 경마장에 올 때마다 절제를 하며 경마를 즐기기를 바란다. 경마장에 올 때… 단지 돈을 걸고 갬블(도박)로 생각하여 승부에만 집착하여서도 안되고 경마로 한탕 하겠다고 생각하여서도 안된다. 경마에는 절대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훈련을 담당하는 조교사, 기수들도 우승할 것인지의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바로 경마인 것이다.
말과 관계된 사람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말에 대해서는 물론, 지난번 출전 시와 비교하여 말의 켠디션이 좋은지 나쁜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므로 ‘이번에는 잘 뛸 것 같다’, 또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예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주를 뛰다 보면 늦발주를 하였다든지 출발은 잘 하였으나 타마와 접촉하거나 진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여 헤맨다든지 등이 있을 수 있고, 어젯밤까지는 말의 상태가 좋았는데 경주 당일 윤승 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이상해지는 수도 있듯이 경마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을 수가 있기에 경마에는 절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절대가 없는 경마를 즐기는데 있어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머니를 아무렇게나(?) 퍼다 경마장에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경마팬들이 경마장에 말밥을 많이 갖다주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말밥을 주더라도 경마를 즐김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경마를 즐길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기를 바란다. 경마장에 오는 팬들이 모두가 적은 돈으로만 경마를 즐기다 보면 경마장 매출이 오르지 않아 경마장에 비상이 걸릴지 모르나 그래도 좋으니 팬들은 ‘약간의 용돈으로만’ 경마를 즐기어야 한다.

P,S : 재갈-기수는 고삐를 잡고 말을 탄다. 고삐는 말의 입안에 물려 있는 재갈에 연결되어 있으며 기수가 고삐의 재갈을 통해 말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인데, 말은 신기하게도 재갈이 놓이는 자리에는 이빨이 없다. 우리 인간처럼 왼쪽 어금니에서 오른쪽 어금니까지 이빨이 쭉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말은 윗니나 아랫니 모두가 재갈이 놓이는 자리에는 이빨이 나지 않고 비어 있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재갈이 물리는 자리는 이빨이 없어 말의 입에 손을 넣어도 물리지 않는 것이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