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를 시작으로 부산경남경마장이 개장하는 2005년까지 경마산업은 많은 변화와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경마의 지방화, 대중화를 실현하고 경주질 및 서비스 향상을 통한 국제화도 본격화, 사행산업에서 레저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는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경마전문지 종사자 등 직·간접적 경마관계자들 간 치열한 경쟁관계도 가시화돼 머지 않은 시기에 시장 전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해를 맞아 모두가 의욕적으로 경마발전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뜻을 모으는 가운데 경마계 주변의 상황들은 이런 기대와 바람을 꺾는 것 같아 경마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각 언론과 방송은 사행산업의 급성장을 집중 성토하면서 유독 한탕주의로 인한 패가망신, 위험성만을 강조, 전체 경마인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실제로 지난 한 해 전체 레저산업의 17조 원 매출 가운데 경마를 비롯한 경륜, 카지노, 경정 등 사행성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하는 11조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경마는 단일 산업으로는 가장 큰 7조 6천억 원을 기록, 언론과 방송의 집중타를 맞아야 했던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경마는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연간 입장인원 1천7백만 명, 총매출 7조6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흥행 성적을 이끌어냈다. 경마의 이 같은 흥행 성공 요인을 단순히 한탕주의를 노리는 경마꾼들의 폭발적 증가와 매출 증대 위주의 경마시행정책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다. 물론 구매상한선을 초과하는 과도한 베팅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고, 경마 과열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도 발생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경마팬을 일방적으로 한탕주의를 노린 경마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하반기 동안 매출이 급락하면서 오랜 시간 약보합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입장인원은 일 평균 20만 명을 넘었다는 점은 단순히 경마 흥행의 원인이 과열된 사행심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경마종사자 간 내부 갈등과 외부의 편견 속에서도 경마산업은 자생적인 발전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 가고 있다. 외산마 개별수입제 시행으로 전반적인 경주마 능력이 상향평준화, 경주질을 일정 부분 향상시키고 있으며, 신관람대 개장, 지방 지점 확충 및 노후 지점 교체를 통해 꾸준히 관람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경마의 입장인원이 큰 폭으로 신장된 것도 다 이런 점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마산업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과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시선은 언제까지 편견 속에 묶여 있을 것인가.
한국마사회가 단일 경마시행체로써 설립된 이유는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보급을 통해 마사 진흥과 축산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한 부족한 성인레저공간으로써 경마산업을 부흥하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기능도 있다.
연간 수천억 원의 경마 이익금이 농어촌 복지기금, 축산 발전기금, 청소년 교육기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7천억 원의 돈이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로 징수돼 각 지방자체단체의 세수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경마의 순기능은 배제한채 경마 시행에 따른 부작용만 강조하고 사회의 부정적 편견만을 적용한다면 도박으로써의 역기능만 더욱 비대해 질 뿐이다. 이제 양지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경마산업이 건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건전 레저문화 확산을 통한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일반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경마는 언제까지나 중독성 도박이라는 사회의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이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가 파생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새해에는 즐거운 경마, 사랑 받는 경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사회,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그리고 그 외 경마종사자와 경마팬 모두가 맡아야 할 각각의 몫이 있다. 시행체만 선진경마를 시행한다고 해서, 또 조교사와 기수들만 공정 경마를 실천한다고 해서, 경주마 생산자만 질 좋은 경주마를 생산한다고 해서, 경마팬만 건전하게 즐긴다고만 해서 이뤄질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82년의 경마시행 역사를 겪으면서 아직까지도 요원하기만 한 경마의 대중화, 레저문화 정착 등의 과제가 결실을 맺게 될 원년, 바로 올해가 됐으면 좋겠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