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팬! 여러분 내년에는 마계부가 흑자가 되기를...
이번주 경마를 끝으로 한해의 경마를 마감하는 것인데 지난주에 그랑프리 경주를 해서인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랑프리 경주가 끝나면 한해의 경마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덧 2002년 경마가 시작했는가 싶었는데 이번주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경마날이다.
연말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송년회가 열린다. 경마팬이나 경마와 관계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의 자리에서는 온통 경마 이야기가 주가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말은 어떻고, 어느 기수는 어떻고, 어느 경주는, 혈통은, 무수히 많은 소재들이 등장을 하며 모두가 경마 박사들이다. 몇 날 몇 일을 이야기하여도 끝이 없을 정도로 경마 이야기로 시작해서 모임이 파할 때까지 경마 이야기뿐이다. 경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경마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재미있다고 한다. 경마가 역시 재미있기는 재미있는가 보다.
요즘은 경마가 상당히 대중화돼서인지 경마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경마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도 경마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내가 기수여서인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의 모임에 가면 기수라는 직업의 희귀성 때문인지 잠시라도 경마 이야기가 화제가 되곤 하는데 의외로 경마장에 가보았거나 마권을 사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경마장에서 머니를 땄다는 소리를 들으면 잘했다고 하며 기분이 좋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니를 땄다는 소리보다 잃었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잃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나중에 내가 소주한잔 사줄테니 기분 풀라는 농담 섞인 화답을 하곤 한다.
경마로 전 재산을 잃어서 망했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수인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난감함을 느낀다. 내가 어떻게 위로를 해준단 말인가(?). 그저 답답하기만 하지... 얼마 전 SBS “인생대역전”에 출연한 출연자들과 모임을 가졌는데(필자도 “인생대역전” 2회 출연자인데 출연자들끼리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A라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A는 사업을 어느 정도 크게 하다가 주식, 도박 등을 하여 완전히 쫄딱! 망하여 거지 생활을 하다가 다시 재기에 성공해 출연했던 사람인데 TV에 나와서는 경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를 보더니 A는 실제로 자신이 주식이나 다른 것보다는 경마로 가장 많은 머니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이미지도 있고 하여 TV에서는 차마 경마로 머니를 잃었다는 이야기는 하기가 싫었다며 경마로 망하여 고생하였던 이야기를 하는데 A의 망가졌던 고생이 기수인 나의 가슴을 쾅쾅 때리는 것 같아 왠지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저께는 송년 모임을 갖고 있는데 내가 기수가 되고서 경마장을 처음 알게 되어 그때부터 경마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술이 좀 취한 것 같은데 지난주 그랑프리경주에서 ‘보헤미안버틀러’와 ‘새강자’를 복승식으로 맞혔다고 한다. 그랑프리 경주만 보려고 경마장에 와서 복승식으로 두 구멍 샀는데 맞히게 되어 추운 연말 기분 좋게 보내게 되었다고 신나서 자랑을 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축하한다고 하고는 신이 난 친구에게... 그래 올해 경마장에 와서 마계부가 적자냐 흑자냐고 물으니 친구 왈! “얌마! 그거야 당연히 적자지!!” 한다.
그럼 이게 뭐야! 한해를 결산하면 적자인데 제대로 한번 맞혔다고 며칠을 저렇게 기분이 좋아서 있으니 내가 친구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하여 주어야 할까(?)... 친구여 경마로 일상생활 스트레스 푼다고 생각하고 절제를 하며 경마를 즐기라는 응원이나 하여야겠다.

P.S: 경마팬 여러분! 한해 마계부가 적자가 되었든 흑자가 되었든 즐거운 경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적자가 나신 팬들에게는 내년에는 꼭 모두가 흑자를 내도록 필자가 열심히 마음속으로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마팬 여러분 새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겠습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