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이 비로소 마무리됐다. 부패정권심판과 세대교체를 외친 각 후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인해 비록 역대 최저 투표율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흥미롭고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된 대통령 선거였다는 평가다. 논리 없는 비방과 폭로, 흑색선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미디어 선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데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경마계 역시 대선에 관한 관심이 높아 수개월전부터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 ‘어느 후보의 정책이 낫다’는 등의 논쟁이 사이버상에서 벌어지곤 했으며, 심지어 경마종사자들 간에는 조직의 화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숱한 논쟁과 경쟁이 있었지만 앞으로 5년 간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결정된 만큼 승자는 패자를 돌아보고 감싸 안음으로써 국민 화합을 도모하고 패자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가 발전과 국민생활 안정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선 결과에 대해 경마계 내부적으로는 많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사행성 산업이라는 평가 속에 경마산업에 향후 어떤 정책들이 반영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심리도 물론이거니와 조직의 화합에 또다른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인지 하는 우려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 사회가 그렇지만 공기업으로써 한국마사회 역시 오랜 학연과 지연에 따른 파벌이 깊게 형성돼 구성원간의 갈등이 심화돼 있는 상태다. 아직도 지난 98년의 구조조정 여파가 가시지 않은데다 흑과 백이 철저히 갈려 있어 정권 교체에 따라 조직이 어떤 구도로 재편될지 아무도 모르는 살얼음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8월 한국마사회 현직 감사팀장이 사망하는 사건을 겪어야 했다. 구성원간 갈등에 따른 희생양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실로 부끄럽고 참담한 현실이었다. 이는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돼 구성원간 위화감을 조성함으로써 초래된 불행한 사건이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경마산업을 끌어들이고, 그 장단에 맞춰 정책에 혼선을 초래해 구성원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하겠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면 누가 잘 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면 누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는 식의 극단적인 발상이 현실화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경마산업은 그 어느 때 못지 않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음을 알 수 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된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가·차명마주를 비롯해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할 마주협회가 두동강 나는 사태까지 겪어야 했고, 경주질 향상·환급률 인상과 같은 서비스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마팬이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으며, 경주마 생산을 비롯한 각종 중장기 계획들이 차질을 빚어 경마 인프라 확충에 발목을 잡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끝도 없이 오를 것 같았던 경마 매출액은 드디어 한계를 보이며 하반기 들어서는 일일 목표 매출액에도 못미치는 참담한 결과를 쏟아 내기도 했다.
시행체를 비롯해 모든 경마종사자들은 이제까지 해 온 것보다 지금부터 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 경마의 전국화, 대중화, 선진화, 국제화 등 구호처럼 따라다니는 목표가 줄줄이 남아 있고 성인 레저산업으로 경마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후유증도, 편가르기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5년 간 국정을 수행할 새 대통령과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정부와 국민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경마산업에도 따뜻한 애정을 표시해야 한다. 경영권 보장을 통한 합리적인 경마시행 환경을 조성하고 조세체계의 재정립을 통해 경마소비자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마를 둘러싼 선진 정책 입안에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돌아앉기를 바란다.
향후 4∼5년 간 한국의 경마산업은 급격한 변화와 함께 심한 과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나눠먹기’식으로 점철돼 왔던 부조리를 벗고 경쟁의 원리가 구체화되면서 경마종사자들에게는 뼈를 깎는 아픔도 요구할지 모른다. 정치 논리와 편가르기는 철저히 배제하면서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대전제를 이행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는 각자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또 해줄 것은 해주는 지혜도 물론 필요하다.
조직과 구성원의 화합,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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