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경마 참으로 재미있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냐고 물으면 자신이 나름대로 추리를 하여 예상대로 베팅 했는데 적중했을 때의 그 스릴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말들이 스타트하고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한 말이 확정이 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예상 답이 있기에 팬들은 나름대로의 예상을 보고는 베팅을 하듯이 우리네 주위에서의 생활 자체도 경마와 같이 예상을 보면서 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일들이 예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예상이 의외로 딱딱 맞아 떨어져 기분이 좋은 때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예상이 맞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은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다.
몇 일 동안 우연찮게 이정표 기수와 같이 있다가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도 예상이 맞지를 않을까 하며 어이없어 한 적이 있다. 이정표와 나는 일요일 마지막 경주를 뛰었기에 같이 기수대기실에서 걸어 올라오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로방해로 정지를 먹었다는 것이다. 정지를 먹었다는 소리에 기분도 풀어 줄 겸 저녁이나 같이 먹고 가자고 했다. 차는 내 차 한대로 가자고 하니... 이정표 기수 왈! 그러지 말고 자기 차로 가자고 한다. 그래서 나의 차는 숙소에 나두고 이정표 차로 가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저녁도 잘먹고 기분도 좋았는데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새벽 훈련을 나가려고 이정표의 차 문을 열려고 하니 밤새 눈과 추위로 문이 얼어붙어 열 수가 없었다. 기수들이 여기저기에서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추위에 헤매고 있다. 우리는 라면 박스에 불에 붙여서 차 문의 열쇠 구멍주위를 한 10여분가 녹였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아 짜증나는데 마침 김창옥 기수가 자기 차로 가자고 한다. 정표와 나는 녹이던 차를 놔두고 창옥이 차로 갈까 하다가 추위에 떨며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 정표 차를 녹여서 가기로 하였다. 조금 있으니 차 문이 열리는 것이다. 추위에 고생을 했지만 어쨌든 열렸으니 기분은 좋았다. 여기까지도 창옥이 차를 타지 않고 정표 차를 타는 예상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천 뒷 도로를 지나서 경마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고가를 타고 내려오는 길과 대공원 앞으로 가는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우리는 도로가 빙판길이다 보니 잠시 선택의 고민을 하였다. 갈라지는 두 갈래 길에서 운전을 하던 이정표 왈! 오늘은 도로도 얼었고 미끄러우니 고가로 내려오는 길은 미끄러울 수가 있으니 평지인 대공원 앞으로 가자고 하고는 방향을 대공원 앞으로 돌리는 것이다.
고가로 내려오는 길을 주로 이용했는데 고가가 비탈길이니 미끄러질까봐 평지인 대공원 앞길을 기분 좋게 택하고는 대공원 앞으로 커브를 도는 순간 커브길이 빙판길인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 차가 미끄러지는 것 같고 이정표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지그재그로 마음대로 돌고 있는 것이다. 이정표와 조수석에 탄 나는 순간! 짧게.. 아∼아! 몇 번 소리지르다 보니 차는 도로변 턱에 퍽! 부딪치며 멈추는 것이다. 순간 차안은 뿌연 까스로 가득 찬다. 차에 불이 났나 생각하고는 빨리 내리자고 하며 차 밖으로 나오니 차의 연기는 불은 아니고 에어백이 터져 까스가 나와 뿌옇게 됐던 것이다.
아깝게도 이정표의 차는 부서졌다. 부서졌다... 에어백이 운전석에만 있어서인지 이정표 기수는 다친 곳 없이 몸이 멀쩡한데 조수석에 있던 나는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부상을 당했다. 오늘의 사고는 예상만, 아니 선택만 잘했어도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사고였는데 안타깝다.
경마 끝나고 내 차로만 갔어도 이런 사고는 없었을걸.. 그 다음날 창옥이 차를 타고만 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경마장으로 가는 두 갈래 길에서 50대 50의 확률 게임에서 예상만 잘 했어도 이런 사고는 없었을걸... 50대 50의 확률에서 미끄러지는 곳을 택해 사고를 냈으니 정표와 나는 얼마나 예상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더 크게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하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빗나간 예상으로 당한 사고에 위로를 받는다.
나는 이번 사고로 원고를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마가 이제 두 주밖에 남지 않았고 나의 글을 읽어 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원고를 쓴다. 팬 여러분께서도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특히 빙판길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건강하시길 바란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