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베팅 유형은?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고 싶으면 경마장에 데려가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남자친구를 테스트하는 수단으로 경마를 활용하는 여성도 있다. 베팅자세를 조금만 눈여겨보면 두뇌가 얼마만큼 날카롭고 배짱이 어느 정도 두둑한가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베팅하는 스타일을 보면 ‘위험한 배우자인지, 소심한 배우자’인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다. 배우자를 최종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예비신랑을 꼬드겨 경마장에 들러보라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베팅하면 되지 않느냐는 견해가 나올 수도 있지만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실제상황에서는 자신의 성격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가식적인 베팅’이 불가능하다. 여성들이 가장 기피하는 베팅스타일은 가진 돈 전체를 걸고 눈에 핏발이 선 채로 베팅하는 ‘사생결단파’다. 연구도 없고 신중한 눈치싸움도 없이 마치 복권을 사듯이 마권을 사는‘마구잡이파’도 여성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마명이나 게이트 번호만 보고 마권을 사는‘요행파’도 마찬가지다.
반면 연승식과 우승 가능마가 확실하게 드러난 레이스의 단승식 위주로 베팅하는 IMF식 베팅은 일단 합격이다. 큰 배당은 나오지 않지만 적중의 확률이 높고 도박성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 도사들의 마권내용을 베팅의 기준으로 삼는 ‘눈치파’도 여성들이 싫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른 방면에서는 ‘눈치파’가 여자친구의 환영을 받기 어렵지만 경마베팅에서만은 예외다.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베팅에 임하는‘연구파’도 여성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은 절제를 하면서도 결정적인 경주에는 승부수를 띄울 줄 아는 ‘승부형’이다. 즉 연승식과 단승식을 섞어 소액 베팅을 즐기다가 확실하게 추리가 된 경주에서는 복승식으로 베팅해 높은 배당을 따내는 스타일이다.
사실 갬블을 좋아하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S(사디스트)형과 M(매저키스트)형이다. 고스톱이나 포커를 할 때 멤버중 한 사람이 돈을 많이 잃었다고 치자. 그런 경우 더욱 호되게 몰아부쳐 빈털털이로 만들어야 쾌감에 젖는 형이 S형이고 딱하게 여기며 동정하는 유형이 M형이다. 진짜 갬블러는 물론 S형이라 할 수 있다. 상대를 재기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혼내주는 것이 승부의 본질이다.
반면 M형은 피해자가 눈앞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투지가 약해진다. 이 유형은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유흥, 즉 경마나 경륜을 선호한다. 설사 돈을 크게 따더라도 자신이 가해자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M형은 왜 갬블을 하는가? 갬블을 하는 동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꿈, 운명에 대한 반발, 불가능에의 도전, 유아기 성애의 잠복 등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는데 여기에 자학의 즐거움 하나가 추가돼야 한다. 한마디로 M형 갬블러는 마음속에서 지고 싶은 마음도 지니고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M형은 게임에 짐으로써 참 인생과 밸런스를 취한다.
그들은 적중하지 못한 마권을 찢어버리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같은 죄 많은 청춘이 마권이 맞을 리 없지. 어제만 해도 지하철에서 아가씨의 볼기를 만졌던 것,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것, 상사에게 아첨한 것 등 그런 죄가 이번 레이스에서 패함으로써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이시여 더욱 호되게 닦아세워 마권이 적중하지 못하게 하여 주십시오” M형은 경마나 경륜에서 패함으로써 물질적 손실로 보상되는 쾌감이 어릴 때 장난을 치다 어머니에게 야단맞았을 때의 달콤한 그것처럼 되살아나는 것이다. M형이 피해자를 철저하게 혼내주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청교도에서 나온 ‘자선(慈善)’의 정신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양, 즉 한국과 일본의 베팅팬들 중 돈을 잃고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이런 유형과 일맥상통한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S형인가? 아니면 M형인가?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