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있은 국산마 3차 경매의 평균 낙찰률 및 낙찰가가 예년 수준을 훨씬 밑돌아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그동안 검증되지 않았던 예비 경주마들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매겨져 일부에서는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매 자체를 둘러싼 갖가지 잡음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경매는 처음으로 18개월령마가 상장돼 관심을 모았지만 23두 중 단 2두만 낙찰되는 초라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역시 시작 전부터 방식상의 문제로 생산자협회와 마주협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어느 정도 이 같은 결과를 예측케 했다. 국산마 생산이 활성화되면서 서울경마장의 마방수가 부족, 예비 경주마들의 입사 시기가 줄줄이 지연되고 구매제한과 관련해 명확한 원칙이 마련되지 못함으로써 구매자와 생산자 간, 혹은 구매주최와 주최 간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다 이 시기에 열리는 3차 경매는 1·2차 때 유찰됐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경주마들이 상장된다는 인식이 구매자 사이에 형성돼 있고, 지금 사더라도 마방 입사는 3세가 되는 이듬해 봄에나 이뤄져 경주 출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면서 구매를 꺼리려는 경향도 3차 경매의 낙찰률을 저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저런 이유야 많겠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았던 경매가가 갑자기 2∼3년 전으로 뒷걸음 치게된 가장 큰 원인은 올바른 경매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경매가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해낸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단 시장 잠재성을 평가할 잣대가 되는 것임에는 분명하고, 이러한 경매가가 급락한 것에 대해서는 재고의 소지가 엄연히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경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마필 자원마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차라리 3차 경매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 경마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미국 티모니움 경매나 오칼라 경매 등은 풍부한 마필 자원과 그에 걸맞는 시장 형성, 그리고 다양한 경매 방식이 고루 맞아떨어지면서 생산자와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상황은 다르다.
수요자가 서울경마장 마주협회로 한정돼 있는 반면, 생산 시장은 꾸준히 확장 일로에 놓여있어 불균형이 해소되지 못하는 것이 국내 경매 시장의 현주소다. 이미 8∼9월 경이면 연간 예정된 공급 두수를 초과해 빈마방을 찾아 볼 수 없고 입사 대기 중인 예비 경주마들이 육성 시기를 놓치며 과잉 공급된 국산마 때문에 외산마 도입이 지연되는 일까지 벌여지곤 하는 것이다.
마땅한 육성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생산된 경주마들이 민간목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봄·여름에 두 차례만 경매를 열어 수요와 공급 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대신 금번에 시범적으로 시행된 18개월령 경매처럼 향후에는 6개월령까지 대상을 확대해 이들을 위주로 3차 경매를 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수에 건설 예정인 육성목장의 개장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민간목장의 육성 기술, 시설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일부 대형 목장에서는 자체 육성 시설을 갖추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투자를 통한 생산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전체적인 목장들의 자생력이 미비한 만큼 파행경매에 따른 피해는 생산자 입장에서도 클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마주 1인당 구매제한과 같은 인위적인 경쟁 억제 장치들은 향후에 폐지돼야 할 사항임에 분명하다. 지금이야 마방수, 관리 인력 등을 고려해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그랬다 쳐도 향후에는 자율경쟁을 통한 우수마 생산, 공급, 확보가 경매를 통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매 자격, 구매 조건 등 제약을 풀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경매 정례화를 통한 올바른 경매문화형성, 우수 국산마 생산 및 상장마 다양화를 통한 생산자와 구매자의 고른 만족 등 경매 주최자인 생산자협회의 이같은 목표가 더 이상 표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