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상금제도, 탄력적인 정률제가 바람직하다
경마시행과정에서 상금만큼 중요한 요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년 경마상금을 둘러싸고 경마 관련 주체들이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갈등을 근원적으로 없애려면 경마상금의 책정방식을 현행 정액제에서 마권 매출액에 비례해 정하는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
현행 경마상금은 마사회가 매년 원가 계산방식에 의해 전체 규모를 정하고 농림부와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얻게 된다. 마사회는 모든 경마상금을 마주협회에 지급한다. 마주협회는 이를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에 각각 지급하고, 조교사협회는 이를 고용자인 마필관리사에게 지급한다. 여기서 마주, 조교사, 기수들에게 지급되는 상금과 마필관리사 월급이 모두 마사회가 정한 비율대로 배분된다.
원래 경마상금은 기본적으로 우승열패의 정신을 살려 나가되 경마시행관련 각 주체에 적절한 수준으로 배분해야 각자가 열의를 가지고 경주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마주에게는 경주마의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투하자본 및 이윤에 대한 적정한 횟수, 이를 재투자하는 순환방식이 성립할 수 있도록 책정돼야 한다. 조교사와 기수에게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어떤 프로스포츠보다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상금이 정해져야 한다.
경마상금은 시행체가 은혜로 베푸는 것이 아니다. 자본투자와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로서 시행체와 경마주체간 대등한 입장에서 책정돼야 한다. 흥행사업인 경마의 분배금(상금)이 매출에 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며 마권의 매출에 따라 경주비(상금)가 증감하는 것은 자유경제체제하의 법칙이다.
따라서 전년도 마권매출액에 일정률을 적용해 상금의 총규모를 결정하면 경마시행 결과에 대한 경마 각 주체들의 책임성을 강조할 수 있다. 상금의 예측이 가능하므로 상금 주체들의 안정적인 계획 및 대비가 가능해져 경주마의 질적 향상에 중점이 주어질 수 있게 된다.
마사회가 정한 액수대로 상금을 지급하다보니 마필관리사들은 물론이고 마주, 조교사, 기수들도 매출액이 아무리 올라도 자신들과는 무관하고 마사회만 좋은 일 시켜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률제가 되면 매출이 오르는 만큼 자신들의 수입이 늘기 때문에 의욕을 갖고 질 좋은 레이스를 연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필관리사들은 경주마에게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운동시켜 주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런 일을 볼모로 임금투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주와 기수, 조교사의 관심도 높아져 경주마의 수준과 기수들의 기승기술, 조교사의 마필관리능력 등 경주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래서 마주와 기수, 마필관리사들은 정률제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상금이 마권매출에 비례할 것을 정하고 있으며 대다수 주에서는 마주, 조교사에게 환급금을 공제한 수익금을 계약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한다.
일본경마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1959∼73년 정률제(매출액 대비)를 채택한 데 힘입은 바 크다. 일본은 정률제 시행 후 한때 경마매출이 경제성장률보다 몇 배로 신장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것이 경마상금을 선뜻 정률제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경마상금에 물가지수를 감안해 상금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정률제를 실시하면 된다. 한해 단위로 목표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 마진율을 낮추는 ‘누퇴율’도 적용해야 한다.
경마 매출액의 심한 등락에 대비해 경마상금 안전제도도 만들 필요가 있다. 경마상금안정기금, 경마상금안정준비금, 상금보전준비금 등의 이름으로 연간 매출액의 1천 분의 1 수준을 적립하면 해결될 것이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