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권구매상한선제 폐지에 대한 것은 새로울 게 없지만 이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행체 입장에서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높다.
매 경주에서 1인 당 최대 베팅 금액을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마권구매상한선제다. 경마 과열을 방지하고 사행심을 억제한다는 효과를 노려 도입한 제도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권구매상한선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84년 9월이다. 경마과열 방지가 제도 도입 취지였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무제한이던 마권구매금액은 1인당 50만 원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고 이듬해인 85년에는 상한선이 30만 원으로 대폭 축소됐으며 또다시 86년에는 20만 원, 94년 들어 지금의 10만 원으로 제도가 수정됐다.
마권구매상한선을 정했던 당시 정부의 논리는 경마산업 과열에 대한 우려였지만 경마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룬 시점이 과천시대 이후임을 감안할 때, 마권구매상한선제의 효율성에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경마산업의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한 과도한 조치였다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일 것이다.
최근 각종 경마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마권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알선하거나 구한다는 글을 심심치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수수료율은 인터넷 마권구매대행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건당 7%에 달한다고 한다. 이같은 마권구매대행업체(혹은 대행업자)를 찾는 경마소비자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과도한 베팅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행체가 원천적으로 고액 베팅을 감시할 능력이 없다면 이는 차라리 없애는 게 임시방편이나마 소비자의 부담과 수고를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경마과열을 방지하고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마권 승식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복승식 위주의 단조로운 승식 만을 강조하다보니 승부조작에의 개연성은 큰 대신 초저배당에 뭉칫돈을 거는 고액 베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경마소비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승식 다양화는 궁극적으로 경주질을 높이고 경마 관전은 물론 베팅의 묘미를 배가시키는 적절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삼쌍승식, 중단승식, 연복승식 등 다양한 승식을 도입해 적중의 난이도와 배당률을 함께 높이면 고액베팅을 통한 한탕주의 대신 소액 건전 베팅 문화가 차츰 형성돼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마권구매금액을 제한하는 지금의 제도를 이어가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후진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마권구매상한선제 폐지는 기타소득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권구매상한선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기타소득세 폐지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마산업의 기타소득세를 명시하고 있는 소득세법 84조에는 과세 최저한을 “승마투표권(마권) 권면 표시액 합계액이 10만 원 이하면서 동시에 단위투표금액당 환급금이 단위투표금액의 1백 배 이하일 때”로 규정하고 있다. 즉, 1백 배를 초과한 마권은 물론, 권면 표시액 자체가 10만 원을 넘는 마권의 경우는 배당률에 관계없이 기타소득세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행 기타소득세 관련 규정 내에서는 20만 원으로 50배만 적중해도 기타소득세 적용을 받아야 하므로 소비자의 세부담이 가중될 소지가 있어 기타소득세 자체가 폐지되거나 적어도 적용 기준이 완화되는 절차를 우선 밟아야 할 것이다.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목표 매출액의 20% 이상 초과 달성하던 경마산업이 하반기 들어 급격한 감소세로 접어들어 이제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매출이 늘어도 골치’라며 배부른 소리를 했던 시행체 관계자들은 이제 단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인 것이다. 매출이 줄었다는 것 자체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경마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게끔 만드는 경마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마권구매상한선제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검토가 따르길 바란다. 경마과열을 방지하고 사행심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그 감시 기능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든가, 그렇지 못할 바엔 없애는 게 현명하다.
어정쩡한 제도 시행으로 불편을 겪고 피해를 입는 경마 소비자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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