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어! 추워!! 겨울은 싫어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중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기수들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겨울이 싫다고 할 것이다. 경마장의 겨울은 유난히 춥기에 필자도 겨울을 맞이하기가 두렵다. 기수들이 추워서 두려워하는 겨울! 낙엽이 떨어지는 것 같은가 싶더니 성큼 다가왔다. 기수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이 온 것이다.
말을 타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겨울에 말을 탄다는 것은 너무나 춥고 힘들다. 그래서 기수들은 추운 겨울에는 경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새벽에 숙소에 와서 말 타는 옷으로 갈아입고 마방으로 말을 타러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춥다보니 숙소에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다. 그래도 훈련을 나가야 하기에 뭉기적뭉기적 하다가 옷을 갈아입는다. 추위를 최대한 이길 수 있게 귀마개와 마스크도 쓰고 방한화도 싣고 두툼한 잠바를 입어 완전무장을 하고는 뚜벅뚜벅 마방으로 걸어간다. 마방으로 걸어가면서 땅을 밟으니 바닥이 얼어 있다.
온도만 차가우면 그래도 괜찮겠는데 바람마저 부는 날에는 바람에 스치는 얼굴이 시리다. 바람이 불어 추위를 더하는 상황에서 청승맞게(?) 비까지 내리고 있다. 온도가 내려가고,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리는 삼박자가 고루 갖춘 추위는 기수들의 몸과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하는데 지난주 경마날이 바로 이런 날씨였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기수들의 몸도 둔해질 뿐만 아니라 말들도 추워 몸을 풀려고 해서인지 몹시 까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말들이 추워서 유난히 깝짝깝짝(?) 까불기에 다른 때보다 다루기가 더 힘들고 위험하지만 경주에 출전시키기 위해서는 훈련해야 하기에 계획된 스케줄대로 주로에 나와 훈련을 한다. 처음 속보를 탈 때는 몸에 훈기가 있어서인지 손이 시려운 지를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속보를 한바퀴 타다보니 손이 식어가면서 얼어서 굳어지고 있다. 손이 얼었기에 고삐를 잡은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맨다.
손 시림을 이겨 보려고 고삐를 한 손으로 잡고는 다른 한 손은 몸에 비벼도 보며 손을 번갈아 고삐를 잡아 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순한 말을 기승 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까불거나 끄는 말에 기승 했을 때는 한 손을 놓을 수가 없기에 고삐를 잡고는 마무리 훈련이 끝날 때까지 손이 얼어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장갑을 끼고 말을 타는데도 추울 때는 장갑을 끼나마나다. 훈련할 때 뭐라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보니 지금 따뜻한 방에서 글을 쓰면서도 훈련할 때를 생각하니 온몸이 움츠려 든다. (훈련을 하면서 손이 시릴 때는 말의 목에 붙여서 타기도 하는데 조금은 따뜻함을 느낀다.)...
속보를 타다보니 손은 얼었지만 구보도 타주어야 하기에 구보로 간다. 구보로 가며 4코너를 돌아 라스트를 달린다. 고삐를 잡은 손은 굳어서 헤매고 있고 라스트에서 결승선 쪽으로 달리는데 바람마저 부니 맞바람이 얼굴에 스치기에 눈이 시려서 제대로 뜰 수가 없다. 맞바람을 피하기 위해 얼굴은 되도록이면 숙이고 앞으로 앞으로 달린다. 아! 추워하면서...
이렇게 스케줄대로 주로에서 훈련을 마치고 마방으로 오는 도중에 손은 얼어서 고삐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잡고 있다. 마방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얼어 있고 말에서 내리는 순간 너무나 춥기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다.
나는 토요일 경주에서 부담중량 53kg 짜리에 기승해야 했다. 이런 말에 기승하려면 알몸이 51kg은 돼야 하기에 체중을 맞추느라 몇 끼를 굶었다. 배가 고프지만 기수 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토요일까지 몇 끼를 굶었는데 일요일 기승 하는 말들의 부담중량이 54kg이다. 알몸으로 52kg면 되기에 몸무게를 1kg정도 늘여도 된다. 나는 고민을 한다(?). 1kg만큼 먹고서 옷을 가볍게 입고 기승 할 것인가? 아니면 배가 고프더라도 커피 정도로 가볍게 요기를 하고 속옷이나 두껍게 입고 말을 타는 것이 좋을까?... 결국 나는 속을 채우고 말을 타는 것보다는 속옷을 따뜻하게 입고 기승 하는 쪽을 택했다. 이렇게 어렵게 기승 하게 된 인기마 ‘원탁’으로 2등 안에 들어오지 못했으니... 아이고 말 타고 먹기 살기 힘들다(?).... 경마장의 겨울은 정말로 추워요...어! 추워!! 겨울이여 빨리 지나가라!!!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