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레저세(구 마권세)에 부과되는 교육세에 이어 농특세마저 장기 연장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가 이미 농어촌 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농특세의 장기 연장을 추진하는데 이어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이하 농특위)도 농특세의 연장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경마산업의 가장 큰 문제인 환급률은 적어도 향후 3년 간 꿈쩍도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경마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목적세는 교육세 6%, 농특세 2%로 전체 경마 매출액의 8%를 차지한다. 당초 정부는 지난 94년 당시 2%였던 방위세를 폐지하면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세와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른 농어촌 재원 확보 차원에서 농특세를 신설해 각각 경주 마권세(현 레저세)의 50%와 20%를 책정, 한시세율로 적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위세율 20%을 훨씬 뛰어 넘는 70%의 부과 자체도 문제였지만 기한이 속속 만료되는 시점에서 슬그머니 시한을 연장하고 세율마저 높여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00년 교육세의 시한 만료를 앞두고 세율을 60%로 인상한 점이나 기한을 2005년으로 연장한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2004년 6월로 시한이 만료되는 농특세마저 10년 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재정경제부가 재경위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한시세율로 적용되는 목적세, 즉 교통세와 농특세 등은 예정대로 기한이 지나면 자동 폐지된다고 밝힌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손바닥 뒤집듯 정부의 조세정책이 뒤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간 경마 매출액을 대략 6조 원으로 잡을 때 경마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교육세가 3천6백억 원, 농특세가 1천2백억 원이다. 공교육 활성화도 좋고 농어촌 복지 증진도 좋지만 매년 경마로 패가망신하는 경마소비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 집 살림부터 챙기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환급률 인상을 요구하는 경마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한국마사회는 교육세 및 농특세 폐지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접어뒀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시세율이라는 약속이 무색하게 세율도, 기한도 무작정 높아지고 길어지고 있으니 경마소비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환급률 인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마소비자와 관계자들은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레저세를 줄이든지, 그것도 아니면 마사회 수익금이라도 줄여 경마팬에게 돌아가는 환급률을 올리라며 극단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경마산업의 환급률 인상은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다.
정부의 조세정책 가운데 잘못된 것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목적세 징수다. 조세체계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고 이중과세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징수 대상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로 인해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마소비자들은 경마공원 입장을 위해 특별소비세를 부담하면서도 마권을 구매할 때마다 적중 여부에 관계없이 마권세 10%, 목적세 8%를 별로도 징수 당하는 부당함을 겪고 있다. 조세의 형평성마저 경마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교육 환경을 정상화하고 농어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려면 특정 계층, 특정 소비자만을 겨냥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이 납부하는 국세에서 꼭 필요한 만큼 필요한 분야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적세만 폐지해도 당장 경마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환급률은 8%나 올라갈 수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저질의 경주를 두고 베팅 해야 하는 경마팬들은 세계 최저 수준의 환급률 때문에 다시 한 번 울 수밖에 없다. 돈을 잃을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환급률로 인한 경마소비자들의 피해 의식은 이제 한계 상황에까지 달했다. 언제까지나 감내할 것이라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목적세 폐지가 최선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 조세체계 확립이 차선일 수밖에 없다. 징수 편의주의에 물든 정부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조세 완화를 통한 경마소비자 증가가 세수 확보의 가장 쉬운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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