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경주를 적중시키려면?
경마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배당에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베팅과 관련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경마장에 들러 난생 처음 무심코 시도한 베팅이 수십, 수백 배의 차익을 남기는 대박과 직결되며 경마와 일생의 동반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왕초보 시절에 고배당을 잡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때 느끼는 공통된 심리는 돈을 버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묘한 것은 이후 경마연구에 심취해 경주마의 능력을 알면 알수록 베팅에서 돈을 따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경마다.
그래서 초보 시절엔 막연히 저배당이 예상되는 경주엔 인기마에 베팅을 하게 되고 반대로 터질 듯한 느낌이 오면 무턱대고 고배당에 승부를 걸기 일쑤다. 거기엔 행운을 뒤쫓는 심리만 있을 뿐 치열한 사고의 전개과정은 없기 때문에 고배당 경주는 거의 실패하고 1∼2배 사이의 저배당만 적중하게 된다. 그래봤자 별 소득이 없다. 특히 전반부 경주에서 자금을 상당액 소모한 이들은 그 돈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경주에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일수록 복승식 2배 미만의 배당에 슬그머니 손이 간다. 물론 베팅액수는 조금씩 커져간다.
이런 상황을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로서는 반기겠지만 소액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다수의 경마팬에게는 피하고 싶은 재앙과 다름없다.
베팅의 고전적 원칙 중 하나는 ‘잃을때 적게 잃고 이길 때 크게 이기는 것’이다. 단순히 본전을 만회하기 위한 어정쩡한 베팅은 잘돼도 크게 이로울 게 없다. 기껏해야 본전 확보에 불과하기 때문. 잃을 때 적게 잃고 이겨도 적게 이기는 것은 하수들의 전략이다.
사실 저배당과 고배당은 경주편성에 의해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 쉬운 편성에서 터질 리 만무하고 어려운 경주에서 인기마가 들어오기 힘든 까닭이다.
경마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저배당에 길들여져서는 안된다. 배당 흐름은 튀는 공과 같아서 많은 사람의 기대에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터지는 시점과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이다.
초보들은 경주마의 능력을 제대로 훤히 알고 있다 해도 경주마의 능력 이면에 내재된 수읽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미세한 부분을 독파할 자신이 없다면 거꾸로 말의 능력을 완전 무시하는 발상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름대로 우열이 드러난 경주와 혼전경주를 분간할 수 있고 고배당 말을 직접 잡아내진 못해도 고배당이 터질 듯한 경주에 대한 감각과 타이밍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공식에 따르는 것이 좋다.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는 복승식 인기순위 4∼5위권의 말을 축으로 철저한 분산을 꾀하는 것이다. 이 때는 인기마 입상의 허탈감을 다른 복병이 1위나 2위로 들어왔을 때의 부가가치가 대체해주고도 남는다.
고배당을 목표로 한다면 인기마는 철저히 무시할 필요가 있고 작은 변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특히 선행경쟁으로 인기마들의 몰락이 예상되거나 편성이 약한 경주에서 기습 선행마를 찾아낸다면 그야말로 베팅 찬스다. 이때 분산의 폭을 지나치게 좁혀서 이변마를 발견하고도 적중에는 실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고배당을 잡는 만고불변의 공식 또 한가지는 ‘복병은 또 다른 복병을 부른다’는 것이다. 인기마는 가차없이 부러뜨리고 복병을 축으로 다른 복병마를 연결하는 추리력을 갖춰야 고배당을 적중시키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