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상금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기획예산처는 한국마사회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인건비 5%, 경상경비 3% 인상 지침을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경마상금 책정이 이뤄질 것을 주문했다.
매년 경마상금을 둘러싸고 한국마사회와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및 노조, 그리고 기수협회 등 경마단체들은 깊은 불신과 갈등을 표출해 왔다. 경마상금협상 과정에서 노출되는 많은 문제점은 경마시행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익년도 경마상금 틀이 늦어도 전년 12월 전에는 확정돼야 연간 경마시행계획이나 세부 개정안이 매듭지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해로 넘어가는 경우까지 발생해 뒤늦게 세부 계획안이 마련되는 등 부작용을 낳았으며 협상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경마단체들은 서로의 이익에만 철저히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내년도 경마상금협상을 앞두고 경마단체들의 요구 안은 다양하게 파악된다.
먼저 경마상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주분 상금에 대해 마주협회는 현행 원가산출방식을 폐지하고 ‘절충형 정률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주협회가 정률제 도입을 주장했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경마상금 책정방식 자체를 바꾸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가 실무 단계에서도 이뤄졌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원론적인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마상금에 정률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말 그대로 경마 매출액과 비례해 경마상금 규모를 산출하자는 뜻으로 경마종사자들에게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경마산업 발전에 따른 메리트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경마 매출액이 완만한 성장을 해온 것이 아니라 매년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는 여타 산업 분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인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사회가 선뜻 정률제 시행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 경마시행국처럼 상금 배분 방식이나 경마종사자의 관계 조율이라는 마주협회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지 못한 국내 환경에서 상금 책정 방식만 선진화할 수는 없다는 게 또한 마사회의 입장이기도 하다.
상금의 인상률이 얼마인지를 떠나 책정 방식에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차후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입장 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내년도 경마상금의 대략적 틀을 형성케 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이번 상금협상에서 또 다른 문제의 불씨는 조교사협회노조, 즉 관리사노조의 행보라 할 수 있다. 관리사노조는 경마상금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야간경마의 폐지를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야간경마 기간 동안 관리사 1인당 평균 근로 시간은 17시간에 달하며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정상적인 근로환경 조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간경마는 물론 내년 1월 경마부터 즉각적인 단체 행동 돌입도 가능하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게 관리사노조측 관계자의 말이다.
경마상금협상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여기 저기 산적한 문제들만 돌출 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마상금은 전체적인 경마시행규모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측면에서 경마산업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우수한 경주마를 도입해 경주질을 높이는 것도 결국은 경마상금의 역할이 가장 클 것이지만 이를 정하는 과정에서 경마단체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 역시 중요한 문제다. 경마산업 발전이라는 대전제 속에서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선진 제도를 도입하려는 의지를 담아 경마상금을 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난 수개월 간 경마단체 워크샵을 열고 TaskForce팀을 가동한 것도 사전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나. 그런데 이제 와서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이 마주협회는 마주협회대로, 관리사노조는 그 나름대로, 또 마사회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만을 내세우며 딴 청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여 간 지속될 경마상금협상 과정에서 마사회와 경마단체들이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이를 위해 경마상금이 어떤 방향으로 마련돼야 할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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