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한마음 체육대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올해는 특히 제주에서 경주마생산자협회 관계자까지 참석해 한국마사회, 서울마주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까지 총 5개 경마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었다.
경마단체의 화합과 단결은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경마시행체만의 노력이나 경마창출자만의 최선으로는 세계화, 대중화라는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어렵다. 그동안 보여온 경마단체 간 갈등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한국의 경마산업을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만들어 왔다. 매년 상금협상을 둘러싸고 마주협회와 시행체가, 또 조교사협회와 노조가 진통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각 협회가 안고 있는 내분적 요소는 단체 간 갈등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여러 갈등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지만 이제는 화합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의 경마산업이 지금 처한 어려운 환경에서 경마단체들이 해야할 역할은 너무도 크고 많다. 선진경마시행을 위해 각종 제도나 틀을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해야 할 한국마사회, 개인마주제 시행의 의의를 살려 우수한 경주마를 도입하고 또 그럼으로써 경주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야 할 서울마주협회, 공정하고 깨끗한 경마시행으로 대중에게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할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 그리고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전념해야 하는 경주마생산자협회까지… 그동안 각각의 역할을 잘 알면서도 이해관계 때문에, 또 경마계 내외의 환경 변화 때문에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경마단체들은 이제 제자리에서 충실히 제 몫을 해주어야 할 때다.
첨예한 갈등으로 서로의 입장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흠집내기로만 일관했던 각 경마단체들이 성숙한 자세로 돌아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마음 체육대회를 통해 보여준 경마단체의 관심과 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각 단체의 회장과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실적인 문제와 갈등은 접어둔 채 서로 합심하고 단결할 수 있었다는데 일차적인 의의를 둘 수 있으며, 서로간 신뢰회복이라는 우선적 과제 앞에서 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데 또 다른 의미를 달고 싶다.
신뢰가 담보되지 못한 관계는 작은 마찰과 갈등에도 균열이 올 수 있으며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대의를 망각한채 소모적인 논쟁만 벌여왔던 경마단체들이 이제 성숙한 모습으로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주길 바란다.
이제 다음달부터는 내년도 경마상금을 위한 각 단체간 협상이 본격화된다. 경마상금의 책정 방식이나 분배 방식, 또 규모를 놓고 매년 빚어온 갈등은 결국 경마시행에까지 차질을 빚어왔던 게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놓고 협상에 임하려는 한국마사회와 무조건 ‘내 몫’만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각 경마단체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한 지금까지 보여온 양상과는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큰 틀의 변화 없이, 또 변화하려는 노력과 의지 없이 지엽적인 것들에만 매달려 숲을 못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 경마산업은 과거 IMF 때조차 겪지 않았던 매출 불황으로 접어드는 듯 보인다. 야간경마 이후 급감한 매출액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 영향에 따른 한시적 현상인지, 이미 꼭지까지 오른 경마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단계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시행체와 경마단체들의 화합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으며 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마단체 간 갈등과 분열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개인마주제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경주편성체계를 비롯해 경주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환급률 인상은 무엇으로 가능한지, 마권종류 다양화와 구매상한선 폐지는 왜 필요한지, 경주마 생산육성의 세계화와 수준 향상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마산업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등등 검토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가 이렇게나 많다.
한마음 체육대회를 통해 보여준 경마단체의 화합과 단결된 힘은 경마산업 발전에 가장 원초적인 힘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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