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 회장

지난 8월 28일(수) 국산마 경매이후 약 50여 일을 끌어오던 국산마 초과 매입 문제가 여러 진통을 거쳐 지난주 원만히 매듭지어졌다. 애초부터 본 사안은 해당 마주의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던 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우선 지면을 빌어 박정열 마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마주로서 우리 경마에 대한 나름의 소신과 또 여러 판단과 검토 하에 매입했던 마필을 과감히 포기하기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이나 신마에 대한 기대 등 이해 관계를 떠나 매우 어려웠던 결정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승적으로 양보한 미덕을 발휘해 준데 대해 이해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현장’을 대표해 늦게나마 감사하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나 이 부분에 대한 ‘현장’의 고민은 이제 없어졌다. 그러나 금번 건을 계기로 우리 경마에 떠올려진 화두는 여전히 무겁게 엄존하며, 또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 어찌 보면 본 사안은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 시점에도 혼란과 분쟁의 불씨를 항상 가지고 왔었던 문제다. 즉, 마주 한 명이 구입할 수 있는 마필 두수에 관한 운영 지침이 서로 상이-마사회는 10두 범위 내 마주 자율, 마주협회는 연간 국산 2두, 외산 1두로 제한-함으로써 언제든 쟁점으로 부각될 소지를 안고 있었던 셈이며, 과거에도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된 적이 있었던 사안인 것이다.

경매 직후 우리 협회로서는 법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경매에서 매입된 5두의 마방 입사를 반대하는 방침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협회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보다는 차제에 던져진 문제를 되짚어 본다는 측면에서 간략히 배경을 언급코자 한다.
우선 근본적으로 우리 협회는 이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 나름의 입장과 방침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마필 초과 입사, 즉 초과 보유에 대한 ‘현장’부분의 부담이 너무 무거웠다. 연평균 운영두수(올해 기준 1400두) 초과는 단순히 수치상 증가가 아닌 경마 전체에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던져놓게 된다. 우리 협회 즉, ‘현장’부분만 놓고 보면 우선 초과 용역제공에 따른 부족 인건비 문제가 노사간 쟁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 제시가 되지 않는한 협회로서는 문을 열기 어려웠다는 점이 일차적 이유였다. 물론 차제에 마주의 구입 규제는 풀고, 마방 입사를 순차적으로 엄격 규제함으로써 평균을 맞추자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 협회 내에서도 일부 의견 제시가 있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확립된 정책이 아닐뿐더러 이 또한 타당하고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키지 않는 지의 여부는 많은 토의와 검증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울러 순치가 덜된 국산마의 과다 유입에 따른 산재사고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협회의 산재율은 최근 각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전국 1위로서 금년을 포함, 2회에 걸쳐 국정감사에서 질타 받을 정도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평균 사고입원 결원 12명, 사고로 인한 장해 판정자가 50명이 넘어 노동부의 특별 관리를 받고 있을 뿐아니라, 훈련 인력까지 부족한 ‘현장’의 여건상 사고의 주요 원인인 국산마 입사 두수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고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또한 이유였다. 이외에도 마방 및 관리인력 부족 문제와 초과 보유에 따른 마필 관리상의 효율성 저하, 마주 또는 조교사간 과다구입 경쟁에서 기인될 수 있는 부작용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음을 밝혀 두고 싶다.
아울려 협회 결정의 타당성과는 관계없이 어떻든 ‘사후결정’으로 특히 해당 마주와 관계되는 마사회 임직원께 본의 아닌 불편과 마음 고생을 주게 된 점 또한 지면을 빌어 늦게나마 송구한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위에 열거한 협회 결정의 정당성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며, 근본적으로 경마 발전이란 대명제와 방향을 같이 하는가 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솔직히 확신 있는 답변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매주 경마팬 앞에 선보이는 경주가 있기까지에는 언급한 바와 같은 ‘현장’의 고충과 절실함이 있다는 점을 차제에 이해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다시 처음의 화두 문제로 돌아가 보자.
본 사안이 던진 가장 직접적이고 시급한 과제는 서두에 언급한대로 마주 1인당 적정 보유(구매)두수 문제와 마필 구매시 더 이상의 혼선이 초래되지 않도록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금년부터 허용된 외산마 개별구매와 국산마 생산두수 확대의 여건 변화에 기인, 언제든 또 다시 매우 중대한 쟁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조속한 대안 검토가 필요하겠다. 다소의 주관적 입장을 전제하면서 ‘10두 범위내 마주 자율구입’의 현행 마사회 기준은 여러모로 현실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차제에 하향 조정을 검토해보면 어떤가 제안하고 싶다. 아울러 우리 협회로서는 앞서 열거한 ‘현장부분의 고충’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임을 다시 강조하는 바다. 어떻든 이 문제는 관련 단체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만 더 이상의 혼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기회에 국산마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점검해 볼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산마 생산 시장의 인위적 부양 수준과 경매방법, 하자마 보상, 최소한의 기초 순치 과정을 거친 후 입사시킬 수 있는 제도 검토 등 그간 생산두수 확대에만 치중해 오면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분야에 대해서도 이제는 점검하고 보완할 계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른바 경쟁산업이라 불리는 경륜, 카지노, 경정의 활성화에 따라 우리 경마의 상품가치 제고, 즉 경주질 향상이란 단어가 경마계 종사자 모두의 모토로 되고 있다. 이 기회를 빌어 경마에 관한 주요 제도와 정책을 결정하는 마사회나 마주협회 그리고 관계되시는 모든 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상품을 만드는 생산 ‘현장’은 가급적 제품 제조에만 신경을 쏟을 수 있도록 여건과 제도가 정비됐으면 한다. 경마 창출이라는 본질적 임무에만 진력하기에는 현재 협회가 처한 여건과 여러 제도, 그리고 단체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불필요한 신경과 정력을 쏟게 하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다. 산만한 현장에서 양질의 제품이 생산되기란 어려운 일 아닌가. 모쪼록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장’이 처해있는 현실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제도와 정책을 입안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현장이 다시 현장의 일로만 돌아갈 수 있게 도와 주신 해당 마주분과 마사회, 마주협회 여러 임직원께 글로서 감사한 마음을 대신한다.

작 성 자 : 박진호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