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기수에게 있어서 낙마는 운명인 것 같다(?)
기수가 말 위에 올라갔다가 말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아무런 사고가 없어야 되건만 말을 타는 기수에게 있어 낙마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된다. 말 그대로 낙마는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기수에게 있어 낙마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기수는 어떠한 상황이 돼도 말에서 낙마를 하지 말아야 되건만, 낙마해서 기수 자신이 부상도 당하고 특히 경주 때의 낙마는 기수 없이 결승선을 통과한 말은 실격 처리되므로 베팅한 많은 팬에게 실망을 안겨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마를 하고 있으니... 낙마 앞에서 기수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일반인들은 기수는 말을 아주 잘 타므로 낙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경마장의 기수는 말을 타다가도 수도 없이 낙마하곤 한다. 그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에 멍들며 시달리고 있다. 새벽 훈련을 할 때는 경주 때보다는 위험도 덜하고 스피드가 나지 않기에 낙마해도 훌훌 털고 일어날수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훈련을 하다가 기수가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주 때의 낙마는 보는 기수들의 눈과 마음을 완전히 쫄게 한다(?)
매 경주가 펼쳐질 때마다 기수 대기실에 있는 기수들은 모니터로 경주 장면을 보고 있다.(기수 대기실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관람석에서 팬들이 보는 장면 이외에도 전부는 아니지만 심판실에서 보는 장면도 덤으로 볼 수 있다) 모니터를 보다가 앞의 말이 진로 방해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기수 모두는 아악!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다행히 진로 방해를 했더라도 낙마하는 기수가 없으면 짧게 소리 지르고 휴!,,,한숨을 쉬면서 안도 하지만, 진로방해로 기수가 낙마했을 때는 모두가 놀라며 아아악! 아악의! 큰소리가 기수 대기실을 뒤흔든다.
기수 대기실에 큰 비명이 났을 때는 모니터를 보지 않고 있더라도 낙마했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기수가 맨 뒤에서 오거나 가장 외곽으로 오다가 낙마했을 때는 그래도 걱정을 덜하는 편이다. 하지만 중간 무리 속에서 달리다가 낙마한 경우에는 기수가 뒤에 쫓아오던 말에 밟히지나 않을까(?), 말의 발에 살짝이라도 부딪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중간 무리 속에서 낙마한 기수를 보면 기수들은 숨이 멎는(?) 느낌이다. 그래서 낙마한 다음 경주에 출전하는 기수는 말을 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고 한다. 다행히 뒤의 말들이 낙마한 기수를 피해 가거나 말의 발에 기수가 부딪치지 않고 말들이 모두 지나가고 나면 그때야 조용히 안도의 숨을 쉰다.
기수들은 모니터로 낙마하는 장면을 보고는 걱정하면서 ‘많이 다쳤겠다’, ‘그리 다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는데 실제 상황에 있어서 낙마하는 장면이 너무나 위험했기에 크게 다쳤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기수는 큰 부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그리 다치지 않았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우리의 생각을 뒤집고 큰 부상을 입을 때가 있다.
얼마전에는 박태종 기수가 스타트를 하다가 낙마해서 고의냐 과실이냐 하며 곤욕을 치렀는데 지난주에도 경주 중에 앞 기수의 진로방해로 인해 이성환 기수가 낙마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두 경주 모두 기수들이 낙마하고 말만 혼자서 달려는데 어찌된 게 기수 없이 혼자 달리는 말들이 입상을 하는 것이다. 기수를 떨어뜨리고 입상해 봐야 실격이건만 말들은 실격이라는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달려서 입상을 하고 있으니....낙마한 말에 베팅한 팬들이 열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기수에게 있어서 낙마는 고의가 아닌 운명이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기수들은 낙마하지 않게끔 더 신경 써서 기수나 팬에게 피해를 주는 낙마를 추방시키도록 노력하자.(?)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