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판을 잘 읽어라

배당판을 잘 읽어라
베팅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경주 분석을 해야 한다. 마필 능력 연구, 레이스 추리, 기수와 마방 승부의지 간파, 경주로 분석. 베테랑들은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 어느 정도 논리적, 과학적인 결론을 도출해내지만 초보들은 이들을 30분 내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당판 만큼은 읽을 줄 알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베팅의 정답은 배당판에 다 있기 때문이다. 배당판은 때론 특정 마필의 승부지수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그런데도 자기 배당만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난 배당판 보면 흔들려’, ‘안보고 찍으니 오히려 잘돼’ 이런 사람들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뚝섬 시절부터 20년쯤 베팅을 해온 베테랑 중에서도 종합지 하나 달랑 들고 시종 배당판만 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기록 분석에 비디오 연구까지 파고드는 신세대 경마고객을 비웃는다.
배당판 읽기는 단순히 숫자뿐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베팅흐름을 읽어내는 것이다. 사실 한국경마의 특수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배당판의 흐름이다. 난데없이 기복마가 배당판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가 하면 패배를 모를 것 같았던 인기마는 예상외로 배당이 치솟으며 순위 권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눈치 빠른 경마팬들 중엔 이런 배당의 흐름을 이용하며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한다.
배당판을 분석하는 테크닉 중에 실전 활용도가 높은 것이 ‘초구 배당’이다. 매 경주 복승식 배당판이 처음 열릴 때를 일컫는 초구 배당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할 것은 마권이 인기 순서대로 팔리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만일 인기순위 4∼5위권으로 예상했던 경주마가 의외로 초구 배당에서 최고 인기 배당을 유지하고 있다면 예사롭게 보아 넘겨선 안된다. 필시 무슨 곡절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예상배당이 돌출됐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그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이 좋다.
당초 인기순위 4위권으로 분류됐던 ‘A’는 초구배당에서 예상배당이 깜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인기마로 예상됐던 ‘B’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양상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 결과는 그림 같은 레이스를 전개한 ‘A’의 준우승. 능력마 ‘C’를 묶어 복승식 7.5배의 짭짤한 배당이 나왔다. 물론 초구배당이후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도의 양상은 ‘B’에게 몰렸고 ‘A’의 배당은 조금씩 올라갔기 때문이다.
데뷔전에 나선 ‘a’가 초구배당에서 인기를 끌었다. 능력마 ‘b’를 축으로 초구배당 1.8배를 형성하는 이상징후를 보였던 것. ‘a’는 실전레이스에서 최강의 승부로 도전했지만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탓에 3위에 머무르는 아쉬움을 남겼다. 중요한 것은 ‘a’의 입상권 실패가 아니라 강력한 승부의지에 있다. 물론 이런 이론이 절대적인 신뢰를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배당흐름을 살펴보면 ‘초구배당’과 ‘승부의지’는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당판에 ‘바람’(특정 마필에게 인기가 집중되며 마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뜻하는 경마장의 은어)이 불어닥치면 인터넷 경마 관련 사이트가 시끌벅적해진다. ‘ㄱ’과 ‘ㄴ’의 마권이 막판 집중적으로 떨어졌고 결과는 이들의 입상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경주에서도 마감직전에 ‘α’와 ‘β’가 집중적인 인기를 모으며 입상에 성공했다. 문제는 이를 두고 ‘소스’(경마정보를 일컫는 은어)가 난무한다는 식으로 한국 경마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데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경마에 회의를 느낀다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배당판 바람이 진정 ‘소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공교롭게도 경마팬의 생각이 한 곳으로 몰린 탓인지를 단정짓기란 어렵다.
중요한 것은 배당판의 움직임은 당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개된 주요 정보중 하나라는 인식이다. 베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여러 정보를 취합해야 하는데 이중 배당판에 부는 바람도 그런 정보 중의 하나로 인정하고 능동적인 사고로 대처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바람’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판단하는 것도 베팅 실력의 하나다. 때에 따라선 바람 부는 말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복병을 엮으며 고배당을 노리는 기법도 있다. 완벽한 추리로 ‘이기는 베팅’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차선책’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