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오는 2005년에 있을 제30회 아시아경마연맹(Asian Racing Federration) 총회를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RF 집행위원회는 한국을 2005년 ARF 총회 개최국으로 결정했다.
총회 유치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박창정 부회장과 박양태 국제협력팀장을 프랑스 현지로 보내 유치 설명회를 열었고 ARF 집행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공동 개최를 희망한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대신 한국을 선택했다.
ARF는 아시아 경마의 위상 정립과 수준 향상을 위해 지난 60년 설립돼 현재 17개 국가가 참여하는 아시아 유일의 경마관련 국제회의기구다.
한국이 개최하게 될 2005년 총회는 삼성동 무역센터 빌딩에서 4월경에 총 4일 간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ARF 분과회의는 물론 국제적 규모의 기념경주도 치를 수 있게돼 한국의 경마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선진 경마를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60년 제1회 총회를 개최했던 일본도 이때부터 64년 동경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경마산업의 선진화와 국내 경마 붐을 일으켰다는 점을 비춰볼 때 우리 경마도 이를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과 국제적 위상 정립이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이미 지난 80년 제15회 ARF 총회도 개최한 바 있다. 당시는 외형적인 것은 물론 내용 면에 있어서도 국제 수준을 따라가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규모의 경마행사 개최라는 빅이벤트로 인해 국내 홍보가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경마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특히 마사 및 경주로, 관람 시설 등이 대폭 확충돼 경마 관련 인프라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된 시점이었다고 평가된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또 다르다. 물론 경주마 수준은 당시와 크게 달라진 바 없지만 국산마 비율이 현저히 높아져 자급률이 절대적으로 높아졌고 생산 기반을 다졌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발전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05년은 제2경마장도 개장 예정이라 경마의 전국화, 대중화가 급물살을 타게 될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적 상황과 ARF 총회 개최라는 호재가 맞물려 남은 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한다면 한국의 경마산업이 그동안 겪어왔던 난제들은 물론 한국 경마의 선진화까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경마산업이 안고 있는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들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경마단체 간 원활한 업무 공조 없이 원만한 행사 진행이 이뤄질 리 없고 소프트웨어적인 후진성을 벗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제적 수준의 요구들을 수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경마시행국의 G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질의 경주마로 경마대회를 치르고 부정 경마 시비가 끊이지 않는 현실로는 성공적인 총회 개최를 장담하기 어렵다. 끊임없는 투자와 정책적 지원으로 우선 경주마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경마종사자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경마팬의 수준 높은 관람 문화, 성숙된 의식이 밑받침 돼야 함은 물론이다. 국제 기준에 맞는 인프라를 확충하고 법적 제한들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준비 기간과 총회 개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제적 규모의 행사를 경험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치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축적될 노하우는 총회의 성공 개최 여부를 떠나 큰 재산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향후 2∼3년 내에는 ARF 시리즈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제 수준에 한참 뒤떨어지는 한국 경마가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 아시아 경마의 변방에서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두가 분발해야 할 때다.
총회 개최에만 들떠 있을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알찬 내용을 선보이고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느냐가 중요한 것이며 이제라도 국제화, 선진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희경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