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도 사설 인터넷베팅업체가 등장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유레이스(www.urace.co.kr)는 이번 주부터 인터넷을 통한 마권구매대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용방법은 회원등록을 한 후 해당 입금계좌에 돈을 입금시키면 사이버머니로 돌려받고 그 한도 내에서 경주 마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배당률은 서울과 제주교차투표까지 모두 제공되며 마사회 홈페이지와 마찬가지로 경주 직후에는 동영상도 제공된다고 한다.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열망했던 경마팬들 입장에서는 일단 이같은 사설 대행업체의 등장이 희소식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회원등록은 실명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닐뿐더러 발매 마감 7분전까지는 무제한 마권 구매가 가능하고 또한 7%의 수수료를 별도로 일괄 공제함으로써 경마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정경마시행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륜도 올 초부터 사설 인터넷 베팅업체가 등장해 성행하면서 현재 10개의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영업을 하고 있고, 경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단 한번 물꼬를 트고 나면 유사 업체의 등장은 막기 힘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같은 사설 인터넷 베팅대행업체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마사회법 상 유사마권발매행위가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마권구매대행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7%의 수수료를 공제한다는 것은 사설경마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조만간 해당업체에 대한 자체 조사를 마친 후 민·형사상 고소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설 인터넷 베팅대행업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경마산업을 둘러싸고 새롭게 파생되는 부가 사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동안 뜻있는 경마인들은 경마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시행체 차원에서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해 왔다.
이는 단순히 경마의 베팅 부분만 강조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으며, 일반 대중이 경마를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다양하게 구축하자는 의미였다. 물론 경마의 본질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인터넷 베팅제 도입이 과도하게 베팅만 강조돼 온 지금까지의 상황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산업이 온라인을 통한 영역 확장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경마산업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행체와 농림부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다. 사행산업이라는 측면을 봤을 때 매출액 증대 위주의 정책을 펼치기에 무리가 따르며 국민경제 규모를 어느 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유사 경쟁업종이 먼저 선도적 위치에서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하거나, 경마가 쇠퇴기에 접어들어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게 되면 제도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같은 사설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고, 이로 인해 경마팬이 이중으로 세부담을 겪어야 한다면 시행체와 정부차원에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사설 경마와 마권구매대행업이 기승을 부리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마팬의 부담으로 돌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양성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사설 경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조세체계를 재정비해 경마소비자들의 세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고 현행 지방세로 편입되는 레저세를 국세로 전환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사설 경마로 유입되는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마권구매상한선제나 기타소득세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며, 인터넷 베팅제 도입도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에 등장한 사설 인터넷 베팅사이트가 경마산업의 제도 전환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 혹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인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이희경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