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예상을 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기수는 기승정지를 먹으면 새벽 훈련을 끝마치고 나서부터 경마날은 경주에 출전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할 일이 별로 없어 심심하다(?). 지난주 토요일에 필자는 기승정지 중이어서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와서 빈둥빈둥 침대에 누워 신문과 경마전문지를 뒤적거렸다. 오늘은 무슨 말들이 뛰나 보다가 문득! 내가 예상 전문가라면 어느 정도 수준의 예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전문지를 놓고서 기록과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12경주 모두 예상을 해보았다.
이리저리 고민하며 두 마리를 맞히는 복승식 1-2등에 대해서만 12경주 모두 예상 해보았는데 결론은 한 경주도 못 맞히는 꽝! 이었다. 일반 예상지처럼 5마리를 채워 넣는 것이 아니고 단통으로 두 마리만 찍어서인지 적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오전 경주 때는 예상이 맞지 않아도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매 경주가 이어지며 오후 7-8경주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조금씩 열도 받기 시작했다. 너무나 형편없이 맞히지를 못하다 보니 자존심도 상하는 것이었다. 기수는 베팅을 할 수가 없기에 혼자 숙소에 앉아서 가만히 예상만을 해본건데 예상이 맞지가 않아서 이렇게 열 받는 것을 생각하니 경마장에 와서 돈 잃고 가는 팬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상이 완패를 하기에 열도 받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기에 맥주 생각이 나서 맥주를 사 가지고 와서 시원하게 한잔 마시며 다시 경주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 상으로 비가 너무나 많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예시장에서 기수들이 말을 타고 윤승 하는데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기에 왠지 나의 몸이 춥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비가 올 때 말을 타면 춥다는 것이 연상이 돼서 몸이 움츠려 드는 것 같았다.
지난주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에 말을 탄다는 것은 기수들에게는 춥고 힘든 상황이다. 체중을 뺀 기수는 부담중량을 맞추느라 팬티 하나에 유니폼만 달랑 입고서 말을 타는 것인데 이렇게 옷을 얇게 입고 비를 맞으니 아!...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비가 올 때는 대부분의 기수들은 유니폼을 방수되는 비옷으로 입고서 말을 탄다.).... 비가 올 때는 기승바지가 하얀색이다 보니 비에 옷이 젖으면 팬티 색깔이 비치기도 한다. 빨강, 노랑, 파랑, 얼룩덜룩, 하얀팬티.....
비가 많이 오나 적게 오나 비가 올 때는 기수들은 말 타러 가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오히려 비 올 때는 기승정지 중인 것을 좋아하는 기수도 있다.(?) 비가 오는 날 경주 중 뒤에라도 쫓아가는 경우에는 흙이 튀어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보니 말을 타기가 싫어지는데 그래도 자신이 타는 말이 선행마일 경우에는 흙을 맞지 않고 앞에 가서 삥 돌고 오면 되기에 설령 꼴찌할 말을 타더라도 고생은 하지 않을 수가 있기에 기분은 좋다.
비 올 때 뒤에 쫓아갔다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면 얼굴과 옷이 흙으로 뒤범벅이 되기에 기수대기실에 와서 얼굴이라도 간단하게 씻고 옷을 새것으로 갈아입고 하다보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속 기승 하는 기수들은 다음 경주시에 예시장에 나오지 않고 지하마도에서 기승 하는 것이다. 어쩔 때 예시장을 보면 말은 14두나 윤승을 하고 있는데 기수는 몇 명 나오지 않아서 썰렁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의 팬들이 많은 이해를 하여 주어서 기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가 있는 것 같아 팬들에게 감사하다.
토요일 12경주 중 한 경주도 맞히지 못했지만 일요일은 JRA트로피 특별경주만 예상을 해보았는데 이 경기에서는 원틀로 맞힐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찰리스카즈’를 축으로 2등 주워 먹기에 한방으로 맞혔는데 아무튼 배당은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찰리스카즈’에 ‘바토닉’ 배당은 3.4배 .... 기수가 전문지에 합법적으로 예상을 할 수가 있으면 좋겠다. 전직 기수 홍성호, 서영석 예상가란 호칭에서 전직을 빼고 현직 기수 홍대유 하는 예상가가 존재할 수는 없을까(?)..말도 안 되는 꿈 같은 얘기지만.....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