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 속에서도 경마산업에 다양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은 경주 박진감 제고로 이어져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변화는 일단 외산마 수입 다변화와 도입가 상향, 도입 방식 변경에 따른 외산마 수준 향상을 꼽을 수 있다. 외산 신마들의 수준이 급격히 높아짐으로써 일부 경주는 오히려 출전마들간 실력차가 커 경주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반적인 경주질 향상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주마 자원의 업그레이드는 경마시행환경을 개혁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부족한 마방 시설을 위해 마사회가 마방 신설을 추진하는 점이나 내년 중으로 신마 훈련 및 훈련 전용 주로, 시설 등을 구비하겠다는 계획 등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변화 움직임도 꾸준히 일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환급률 인상에 대한 경마소비자들의 욕구와 불만에 귀를 기울여 현행 조세체계를 진단하고 잘못된 점은 정부 관련 부처에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자체 수익금 조정에 의한 환급률 인하 계획을 수립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승식 다양화를 통한 서비스 확대도 관련 시스템 완비를 서둘러 내년 중 이뤄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바로 제2경마장 개장을 통한 경마의 전국화다.
경마 전국화는 경마산업의 오랜 숙원이면서 과천 경마장이 하지 못했던 선진 시스템 도입도 가능케 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세부 계획안 수립단계에 있는 부산경남제2경마장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일단 상금체계에 있어 현행 원가산출방식을 지양하고 경주 당 상금책정 방식을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금에 책정되는 경주마 가격은 대략 5천만 원 수준으로 이는 서울의 3배가 넘는다. 따라서 9백여 두 가용 범위의 제2경마장은 선진경마시행국의 G3급 경주마를 도입해 차차 그 수준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제경주 유치도 가능하게끔 제도나 내용 면에서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수를 포함한 전문인력의 채용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국제 라이센스 소지자를 중심으로 일부 수입할 가능성도 있다. WTO의 개방 압력도 고려한 것이지만 기수들의 기승술 및 경마시행 기술의 국제화,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목적도 달성하기 위해서다.
서울경마장의 각종 경마시행환경을 뜯어고치기에 부담스러운 마사회로서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제2경마장의 세부 운영계획 및 제도를 이상적으로 세우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듯 보인다.
서울과 부산의 크로스베팅은 제주와는 달리 쌍방향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서울의 일일 경주 수는 현행 12개에서 9개∼10개 정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면 크로스베팅에 따른 관람 경주 수는 18개∼20개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경마장의 경주마 가용 자원이 1400여 두인 점을 감안하면 경주 수 축소는 궁극적으로 경주박진감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용두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경주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경주 당 출전두수가 많아지게 되고, 출전 기회를 잡으려는 경주마와 편성된 출전마들 사이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밑그림만 완성된 제2경마장의 청사진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평가를 내리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경마 전국화를 통한 선진화·국제화도 함께 이루려는 한국마사회의 목표가 2년 남짓한 준비 기간 동안 치밀한 계획 수립을 통해 순탄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흥망의 과도기에서 모든 구성원, 종사자들의 자구 노력이 쉼 없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매출액 증대 위주의 공격적 전략 수립이 어려운 분야라는 외부의 규제는 내부적으로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요일 경마 시행, 마권구매상한선폐지, 인터넷 베팅제 도입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공격적 사업 전략에 시행체나 경마종사자 스스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마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외부의 시각이 아쉽지만 지금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와 개혁 움직임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결실을 보게 되길 바란다.

【취재팀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