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협회 양분 사태… 마주들 자성해야 할 때

나는 이 세상에서 살 날보다 저 세상으로 갈 날이 가까운, 한 마디로 볼 일 다 본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9월 15일 오후 2시경 마주협회장실에서 내 생애 최악의 모욕적 언사를 들었다. 내용인즉 지난 8월 14일 이사회 징계위에서 제명 처분됐던 前 경사모(현 과천클럽) 6명의 마주가 집단으로 몰려와 ‘마주실 사용 금지 공고’에 대해 항의하면서 “무식한 XX”라는 등의 폭언을 내뱉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홧김에 내뱉은 망언이라고 이해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경마를 잘 아는 마주’, ‘경마를 사랑하는 마주’, ‘유식하고 고매한 인격을 가진 마주’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폭언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 어떤 조직원이나 개인이든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본연의 의무다. 자신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지키지 않으면서 권리만을 주장하는 그들의 행동은 수준 이하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마주협회는 농림부 산하 사단법인체로서 농림부 장관이 승인한 정관에 의거해 운영되고 있다. 이 정관을 협회는 법의 효력과 동일시 여기며 이에 근거해 ‘회원의 징계 규정’, ‘협회비 관리 규정’ 등의 규정을 두어 지금까지 세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협회 정관 제9조에는 다음과 같은 회원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1.한국마사회법 및 경마관련 제 규정의 준수 2.정관의 준수 3.총회 및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의 준수 4.입회비 및 기타 부담금의 납부 5.회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6.협회 사업 운영 및 활동에의 참여... 그들은 이 중 2, 3, 4, 6항을 명백하게 위반했다. 또한 同 제1조 회원의 징계사유(1.제9조에 규정된 회원의 의무를 위반할 때 3.기타 협회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때)에 해당돼 2002년 8월 14일 이사회 징계위에서 제명 처분 됐고 그 후 2002년 9월 15일까지 재심 청구를 권유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명된 마주들에게 회원 징계 규정 제6조 1항에 의거해 협회원으로서의 제 권리(임원 등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총회 참석 및 발언 의결권, 마주전용실, 주차장, 자키클럽 등 마주를 위한 각종 시설 이용권)가 상실됐음을 공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가피한 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불만을 망언으로 토로하는 그들의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現 마주협회장은 지난 2001년 정기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으며, 정관 및 제 규정을 성실히 수행해 마주들의 권익 보호를 책임져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만약 마주가 정관을 위반할 시에는 설득과 인내로서 호소하여야 하지만 협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시에는 그대로 묵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나 협회원들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서울마주협회는 지금까지 협회가 서울 경마장 단일 마주협회로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고초를 감수해왔다. 지난 8·14 징계 결의 후부터 재심 청구기간 마지막 날인 9월 15일까지 제명 조치된 6명의 마주에게 회원의 임무를 다할 것을 재차 권유하며 재심청구를 요구했으나 도리어 그들은 9월 16일 제명 마주 명의로 반대서신을 보내왔다.
이 시점에서 마주협회가 6명의 마주를 제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협회 분란의 원인(遠因)은 한 마디로 협회장 경선 후유증이다. 경선 당일까지 現 정진태 회장의 당선 가능성은 4:6, 3:7로 열세였다. 하지만 정진태 선거본부는 모든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前 회장의 3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 의기투합, 그들과 생각을 같이 하는 마주들을 모았고 그 결과 정 회장은 당선됐다.
문제의 시발점은 선거 이후 거행됐던 이사 선임 건이다. 선거 운동 당시 런닝메이트로 활약한 박정열 마주가 이사 선임 시에 협회 부회장으로 지명됐으나 그는 유급직인 상근 부회장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 마사회법에 저촉되는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반발하여 한광세 마주가 상근 부회장직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진통 끝에 1개월 반이 지나서야 첫 이사회가 소집됐지만 박정열, 한광세 마주는 끝내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협회운영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 또한 협회장 경선 후 의외의 패배를 당한 前 회장을 지지하던 임원들이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고 사사건건 불만을 토로하며 신임회장의 업무 수행에 회의적이었다.
협회분란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분란의 가장 결정적인 근인(近因)은 경사모의 탄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진태 캠프에 모여든 불만 마주와 前 회장시 회의심을 품고 있던 마주를 비롯해 △2001년 11월 제주 파행 경매에 참가했던 18명(그 중에는 당시 이사 2명도 포함돼 있음)의 마주들에게 이사회에서 2002년도에 국산마를 살 수 없다는 제재 조치를 내린 결정 △외산 개별구매마와 협회 위임구매마의 재해위로금 차별 적용 △국산마 2두, 외산마 1두 순차 입사 방침 등에 불만을 품고 있는 마주들이 모여 경사모를 결성한 것이다.
경사모는 “現 회장이 무능해 협회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등의 글이 실린 유인물을 작성해 11회에 걸쳐 모든 마주들에게 배포했다. 또한 회장의 협회 운영을 혼란시킬 목적으로 마사회에 외산마 개별 구입신청을 했으며, 착순상금 공제를 거부할 목적으로 상금 직불 신청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합리적이며 건전한 건의나 불평은 그 어떤 조직이나 존재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화의 장을 개방하고, 협회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대다수 중립적 입장의 마주들이 나서 7∼8차례에 걸친 협상과 주석(酒席)까지 마련했으나 경사모의 요구사항은 시일이 지날수록 커져 급기야는 △회장 퇴임 △임원 총 사퇴 및 재구성 △착순 공제회비 중 재해위로금 거부 및 회비 축소 등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별도로 과천마주협회를 만들겠다고 통보해왔다. 결국 경사모는 2002년 9월 12일 자키클럽에서 마주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천클럽을 탄생시켰다. 사업 목적이나 운영방침이 협회와 별 차이가 없는 제2의 마주협회가 창설돼, 서울마주협회는 두 동강 나는 불행한 일이 발생되고만 것이다.
점잖은 마주협회는 어디로 갔으며 연간 1300만의 경마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단일 마주협회로서 마사회와 협의할 산적한 과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마주들의 말을 맡아 훈련과 관리를 하는 조교사에게는 뭐라 말하겠는가? 기수들은 어느 마주협회의 말을 타야 할 것인가? 우리 마주들은 자성해야 한다. 진심으로 한 번 더 반성하고 한국경마발전사에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된다.
경매에서 구입한 5두의 말을 동시에 입사시키려는 마주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마주는 440여명의 마주가 자신 뒤에 서서 그저 관망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의 앞에서 동수의 마주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영호 마사회장은 “그동안 지켜온 틀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윤 회장은 이번 일을 법 이전의 문제라고 못박았으며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협회 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협회 임원들에게 약속했다. 협회는 가장 기본적이고 도덕적이며 인격적으로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

마주 김인영

작 성 자 : 김인영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