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들의 기승스타일

기수들의 기승자세는 크게 유럽형과 미국형 2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유럽스타일은 상체가 서고 추입할 때 허리를 사용해 뻗어 오르는 듯한 움직임이 된다. 허리가 앞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상체의 움직임도 커지게 된다. 반면 미국형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말의 등에 붙은 듯 한 자세를 취한다.
두 유형은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등자를 밟는 방법도 다르다. 미국은 등자를 얇게 밟아 발끝에 거는 듯한 형태(일명 몽키 스타일)가 되지만 유럽스타일은 등자를 깊이 밟고 발의 중앙부에 걸리게 한다.
채찍 쓰는 방법도 각기 다르다. 미국형은 앞에서 말의 허리를 치지만 유럽형은 말의 엉덩이를 뒤쪽에서 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채찍으로 원을 그리는 것 같이 움직인다. 이를 ‘풍차 채찍’이라 하는데 조용배 기수가 전매특허처럼 사용한다.
이런 차이는 경마장의 형태가 다른 데서 비롯됐다. 평탄한 경주로를 사용하는 미국 경마장은 스피드의 경마다. 말이 자유롭게 움직여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는 자세가 효율적이다. 반면 코스의 기복이 있는 유럽은 힘의 경마다. 유럽형은 말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단거리에서는 미국형이, 장거리에서는 유럽형 기승자세가 각각 유리하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엔 유럽에서도 미국 스타일의 기승형태가 많이 나타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오른쪽의 등자를 왼쪽보다 짧게 해 타는 독특한 자세도 선보이고 있다. 왼쪽으로 도는 미국 경마장에서 자연스럽게 코너링하기 위한 것이다.
등자를 짧게 하는 몽키 스타일은 10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80년대 후반에 일본에 도입돼 순식간에 일본 기승자세의 주류가 되었다. 말에 걸리는 부담이 적고 스피드를 내기 쉬운 자세지만 등자의 길이는 반드시 짧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등자를 너무 짧게 하면 허리가 높고 무릎도 조일 수 없게 된다. 말 위에서 안정성이 좋지 않게 되고 무릎을 사용한 지시가 불가능해진다. 또 등자를 견고하게 밟지 못하고 발끝으로 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허리가 더욱 높아진다.
한국 기수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몽키 스타일’은 여기에 단점이 있을 수 있다. 말에 걸리는 부담이 적지만 두 다리를 쉽게 사용할 수 없어 코너를 돌 때 안쪽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선두를 달리다 코너링할 때 인코너 추입을 허용하기 쉽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이것이 이상적인 폼이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기수마다 체형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팔이 긴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키는 크지만 팔은 그다지 길지 않은 기수도 있다.‘이상적인 폼’은 기수 각자의 체형에 맞는 자세다. 따라서 각국의 경마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폼은 ‘표준적인 폼’이다. 기수들은 ‘표준적인 폼’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이상적인 폼’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
표준적인 폼으로 기승을 하는 목적은 ‘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말이 자유롭게 달리게 하는 것’이다. 말과 기수의 중심을 일치시켜 기수가 안장위 에서 안정되게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 바람의 저항을 되도록 적게 받을 것, 그리고 말을 확실히 제어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
유럽형 기승자세를 취하든, 미국형을 택하든 기수들에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자질이 있다. 바로 유연한 관절이다. 기수란 말을 무리 없이 다루는 것 이전에 충격 완화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말의 등에 예외 없이 실리는 부하, 이것을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서스펜션으로서의 관절의 중요한 움직임이다.
유연한 관절과 그것을 살리는 기승술이 있으면 60㎏의 부담중량을 55㎏정도까지도 경감시킬 수 있다. 반대로 안장 위에서 말의 행동리듬에 맞지 않는 동작을 취하면 부담중량 이상의 부하가 말에게 걸리기 때문에 기수의 역할은 막중하다. 대한민국 기수들은 말의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이고 있는지 한번 자문해보길 바란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