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정기국회의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27일(금) 열렸다. 현안과제가 산적한 한국마사회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 공세는 계속됐으며, 당리당략에 따른 비난과 성토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마사회의 관장권이 농림부로 환원된 후 두 해 째 치러진 이번 국정감사는 지난해에 비해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의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자료 수집도 상당 부분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권 수성과 교체라는 여·야의 정치적 전략으로 인해 경마산업 자체에 대한 검토보다 마사회를 대상으로 한 정치색 공방에 초점을 맞춰 자료 수집하는 의원들이 상당수였다.
마사회 감사팀장의 사망까지 몰고 왔던 지난 98 구조조정 및 살생부 문건 파문, 또다시 사업 무산 위기에 놓인 제2육성목장 건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리빙TV의 경마생중계, YTN에 대한 2백억 원의 출자 배경 등이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지적 사항들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구조조정 및 살생부 문건 관련 마사회 노사공동위 보고서는 모든 관련 문서의 실체를 확인했으며 적법하지 못한 기준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어 그 파장을 확대시켰다.
익산에 이어 또다시 무산 위기를 맞고 있는 장수 제2육성목장과 관련해서는 사업 진척 상황에 대한 점검보다 해당 지역 선정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더 높았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은 제2 경마장이 들어설 부산경남 지역이 완전히 배제된 채 최종 선정된 장수나 정읍, 나주, 순천 등 전남북 지역만을 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을 문제삼았다.
리빙TV의 경마생중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건전경마정착과 대중화를 목표로 경마생중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사설경마가 활개를 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구조조정도 그렇고 벌써 몇 해 째 늦춰지고 있는 일련의 사업 추진 과정이나 경마생중계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는 점등은 한국마사회 입장에서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당리당략에 치우쳐 극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후진적 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내놓는 의원들의 태도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육성목장 건설 사업이 왜 난항을 겪고 있는지 조속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하지만 ‘왜 전라도 지역인가’‘이제라도 경상도에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야 한다’식의 일부 의원들 발언은 경마산업에 대한 그 어떤 배려도, 현실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육성목장 건설의 필요성, 당위성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이 오직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흠집내기로 일관하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사행심을 조장하고 사설경마를 부추기기 때문에 경마생중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경마생중계는 신규 경마팬 유치 통한 대중화나 건전경마정착 등 당초 목표도 중요하지만 기존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 강화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재택베팅으로 경마를 손쉽게 즐기려는 경마팬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걸쳐 모든 분야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시정하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국정감사에 앞서 만난 모의원 관계자는 ‘마사회라는 조직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마사회나 경마는 복마전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말을 전했다. 애초에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그 어떤 고민도, 배려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마사회의 민영화를 고려해야 한다.
정치논리에 갇혀서 경영자가 철새처럼 바뀌고 추진 사업이 하루아침에 방향을 바꾸거나 무산되곤 하는 지금의 상황은 공기업으로써 마사회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앞으로도 정권이 바뀌거나 정부 지침이 바뀔 때마다 경마산업의 모든 정책은 표류하게 될 것이다.
본지는 오래전부터 마사회의 민영화를 주장해왔다. 물론 방법상의 문제나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겠지만 규제와 통제로 일관되는 소극적 경마정책으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밖에 없다.

【취재팀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