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대거 개별도입된 외산신마들이 상상외의 활약을 펼치면서 경마공원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 1년 이상 ‘다함께’, ‘더스파이커’, ‘포트오먼’등으로 대표됐던 외산마 판도는 걸출한 외산 신마들의 대거 등장과 함께 이미 판세가 깨진지 오래고, 향후 이들의 힘대결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이들 외산 신마 군단은 경마공원에 새로운 흥행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여기에 국산마까지 가세해 준다면 경주질 향상이라는 한국 경마산업의 원초적 과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월등한 기량을 갖춘 외산마들이 국내로 몰려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합의한 외산마 도입 방식 및 도입가 변경 등을 근거로 가능케 됐다.
한국마사회와 서울마주협회는 지난해 외산마 도입과 관련해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괄 도입,추첨 분양 방식을 지양하고 현지 경매마를 개별적으로 도입하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주마 보호 시설 및 마방 환경을 우선 개선하라는 마주협회의 요구와 경주마 도입부터 하자는 마사회의 개선안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양측은 개별도입과 일괄도입의 병행이라는 절충안을 내고 올해부터 1만 달러 이상의 외산 고가마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현지 정보를 입수하려는 조교사와 마주들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를 쉴 새 없이 물색했고, 그 가운데 ‘찰리스카즈’, ‘토창고’, ‘메도우이헌터’같은 거물급 마필들이 묻어오게 된 것이다. 수입마들의 거래가격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최소 1천5백만 원에서 많게는 4천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과 경주마 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러시아, 호주 등지에서 수준 이하의 경주마들이 헐값에 들어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도태되곤 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일단 최근 도입되고 있는 경주마들의 수준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된다.
외산마의 질적 향상은 국산마 수준을 더불어 끌어올릴 견인차 역할을 하게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경주질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경주질은 경주마 자원만 우수하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경주마 수준과 더불어 마방 시설, 경주마 훈련 시설, 전담 트레이너 양성, 효율적인 경마시행체계 마련 등 관련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 가운데서도 현행 경주마 군체계에 대한 검토는 시급히 이뤄져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수득상금에 따라 구분 짓는 지금의 군체계는 경마시행 상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3위 승군에 걸린 말들이 전력 승부를 하지 않는다거나 경마대회 출전을 앞두고 승군을 꺼리는 경우 등은 경마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또한 최근에는 외산 신마들이 의미 없이 하위군 경주에 출전해 15마신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며 경주 박진감을 떨어뜨린다거나 점핑 출전이 보편화된 점, 그러면서도 점핑 출전에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고 있는 점등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높아지는 경주마 수준에 걸맞게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마사회는 효율적인 경마시행을 위해 어떠한 방식을 추구해야 할지 심도 있게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외산마 도입에 있어 정보 입수 루트가 보다 활성화돼 고가마 도입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며, 매년 정해진 두수가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최소한의 수급 노선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경마장 마방 시설 및 기초 훈련 시설, 전문 트레이너 양성 등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지난해 한국마사회는 익산 육성목장 건설을 백지화한 대신, 장수 지역을 대안을 세우고 오는 11월 착공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아직 부지확보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하니 착공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 2004년 완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경주마 전문 트레이닝 센터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서울경마장이 겪고 있는 마방 부족사태나 신마들의 기초 훈련 부족 등은 전문 트레이닝 센터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육성목장 건설 사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외산마의 질적 우세는 국산마 능력 향상을 위한 매개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경마의 수준을 높여줄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마주들의 재투자 의욕을 높여줄 수 있도록 시행체는 관련 시설 및 제도 정비에 우선 힘쓰길 바란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