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68)-말은 매우 소식하고 산다

사람들과 친근감이 있으며 주위에서 쉽게 보거나 접할 수 있는 동물 중에서 덩치가 큰 것이 소하고 말이 아닌가 싶다. 필자도 시골에서 소를 보고 자라면서 소가 많은 양의 여물(사료)을 먹는 것을 주로 보아서인지 경마장에 와서 말을 대하면서 크게 놀란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말을 가까이서 보고는 말의 키가 와! 크다며 놀랐으며, 또 하나는 덩치가 큰 경주용 말의 먹는 사료 량을 보고는 또 다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경주용 말들은 경주에 출전하기 위해서 매우 힘든 훈련을 하고 있는데 비해 한 끼 사료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느껴진다. 소와 비교하면 사료를 아주 먹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니 말이다.
새벽에 힘든 훈련을 하고 온 말에게 아침에 주는 사료량이 얼마냐 하면 시골에서 물풀 때 쓰던 바가지 하나보다 조금 더 주고 있다. 처음 말밥을 주는 양을 보면 저 덩치에 이렇게 적게 주나 하며 누구나 놀랄 것이다. 아침보다는 점심에 그것보다 조금 더 준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래도 많이 주는 편인데 어느 정도냐 하면 양동이로 한 개 반 정도를 준다. 각 조에 따라 말밥 주는 양이 조금씩 차이는 있다. 그리고 필자가 말밥을 주는 양을 비교하여 표현하기가 애매하여 그러니 혹시 표현력이 부족하더라도 이해 해 주길 바란다. 아무튼 한마디로 말은 상당히 소식을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말은 소보다 사료량을 확실히 적게 주고 있으며, 또한 말들은 천천히 사료를 먹는다. 말과 소의 위를 비교하여 보면 소보다 말은 상당히 작은 위를 가졌으며 또 소와는 다르게 위가 하나뿐이다. 그러다 보니 말은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지 못하는데 말은 한 번 먹은 것은 절대로 토하지 않는 신비로운 특성이 있다.
보통 경주마에게 아침(8시에서9시), 점심(11시정도), 저녁(오후4시정도) 세끼를 주는데 말에 따라서 저녁에 야식을 주는 말도 있고 또는 간식으로 건초를 마방 벽에 매달아 주기도 하므로 네 끼를 주는 말들도 있다. 사료를 줄 때는 말이 먹는 사료 통에다가... 건초, 대맥이나 보리, 밀기울, 혼합사료, 소금, 영양제 등을 골고루 섞어 준다. 그리고 말에 따라 사료를 차별화 시켜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잘 뛰거나, 어린 말일 경우, 그리고 마주가 특별히 원하는 경우의 말에게는 더 고급스런 사료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찹쌀을 더 얹어 주거나, 인삼 가루, 홍당무를 주거나, 다른 어떠한 보약 등을 사료를 줄 때 더 얹어 준다.)
어느 마주는 자신의 말에게 주기 위해 인삼을 허구한날 사다보니 어머님이 내가 말보다 못하냐며 섭섭하다고 했던 일도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마주들은 자신의 말에게 주려고 고급스런 사료들을 사가지고 자주 마방에 들른다. 마주들이 자신의 말에게 먹이려고 홍당무나 과일 등을 갖고 마방에 오는데 특히, 홍당무 같은 것은 푸대로 많이 마방에 사다가 주어 말들에게 고루 먹이고 있다.
필자가 속한 28조(최상식 조교사) 마방 옆은 51조(황의성 조교사)가 있는데 51조에는 항상 홍당무가 많이 있다. 그래서 51조 말들은 홍당무를 자주 먹는데 홍당무를 말에게 주려고 채로 치거나 썰어서 줄 때면 군침이 돌기에 기수들도 자주 집어 먹고는 한다. 필자도 자주 51조에 있는 홍당무를 집어먹는데 훈련을 끝내고 말과 함께 먹는 홍당무의 맛이 고소하며 맛도 있다.
말에게 사료를 주기 전에 먼저 물을 먹게 해야 하므로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각 마방에 걸어준다. 그러면 말이 알아서 먹는다. 이렇게 물을 먹게 한 다음 사료통을 달아 주는데 지금은 말밥을 줄 때 물을 붓지 않고 말 밥통에 그냥 마른 사료만을 혼합하여 주기만 하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료통에 사료를 배합하여 놓고는 물을 잔뜩 부어 사료를 버무려 주었다. 그러다 보니 사료를 가득하게 넣고는 물을 부어 버무려 놓은 사료통이 무거워서 각 마방에 달아주느라고 고생도 했으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 당시에는 말들이 산통도 자주 걸린 것 같다. 지금과 같이 마른 사료만을 배합하여 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 당시에는 초식동물에게 사료에 물을 잔득 부어서 버무려 주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