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우리 기수들이 사용하는 채찍은 국산이 아니고 외국산이다. 혹시 팬들은 아니 시시한 채찍정도를 국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화를 낼지 몰라도 국산 채찍은 약해서 경주시 말에게 몇 번 휘두르면 부러지거나 기수들의 손에 불편하기도 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산 채찍을 사용하는데 외국산 채찍 중에서도 우리와 체구가 비슷해서 그런지 우리 손에 잘 맞는 일본산 채찍을 주로 구입해 사용한다.
과거에는 기수들이 채찍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본에 경기하러 나가는 기수들에게 아부하며(?) 채찍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 지금은 국내에 경마용 장구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있다보니 장구를 구입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간혹 기수들의 채찍을 만져 보고는 선물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기수들은 자신의 손에 익은 채찍만을 사용하기에 쉽게 줄 수가 없어 매우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채찍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다. 채찍 하나에 약 20만원정도...
채찍은 제각기 휘어지는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잘 휘어지지 않고 딱딱한 채찍이 있는가 하면 낭창낭창 잘 휘어지는 채찍도 있다. 기수들은 각각 자신의 손에 맞는 채찍을 구입해 사용한다. 필자는 채찍이 낭창낭창하여 어느 정도 휘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채찍을 휘두를 때 스핀이 잘 먹을 수가 있으며 필자는 이렇게 스핀이 잘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채찍은 말에게 훈련, 징계, 교육, 또는 격려 차원에서 사용하는데 채찍을 오래 사용한 기수치고 한번쯤 맞아보지 않은 기수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항상 기수들의 손에는 채찍이 있어서인지 필자도 선배들에게 채찍으로 여러 번 맞아봤다. 경주를 펼치고 말에서 내리자마자 선배가 휘두르는 채찍에도 맞아 봤는데 정말로,,, 억수로,,, 아프다. 지금도 기수들은 경주를 펼치고는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말에 내리자마자 진로 방해를 하거나 비겁하게 말을 탄 기수를 채찍으로 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채찍이 스핀을 먹다보니 한 대 맞으면 채찍 자국이 나며 살이 핏발로 물들 정도니 채찍에 맞은 모습을 보면 가히 끔찍하다...
기수들의 손에 있는 채찍은 언제든지 기수들 사이에서는 매로 둔갑을 할 수가 있다(?). 간혹 경주 중에 옆의 기수에게 채찍으로 어깨, 팔, 손 부위를 얻어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을 모는데 옆의 기수가 자신의 말에게 채찍을 한다는 것이 옆의 기수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추운 겨울에 채찍으로 손이라도 맞으면 열 받을 정도로 아프다. 날씨가 추워서 그렇지 않아도 손이 얼어 있는데 이런 손을 채찍에 맞으니 어떻겠는가(?). 순식간에 연타로 두 세대 맞으면 악,악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데 채찍을 휘두른 기수가 후배면 그래도 혼 내며 화라도 내는데 선배일 경우에 따질 수도 없고 아파도 참아야지...
어차피 경주는 이겨야 하고 요령껏 경주를 운영해야 하기에 약간의 지능적인 반칙을 하는 기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옆에 붙어 나오는 말이 상대마일 경우에는 상대의 말머리가 자신의 말의 옆구리정도에 왔을 때 자신의 말을 때리는 척 하면서 상대마의 머리를 채찍으로 강타를 함으로써 말이 겁을 먹고 앞으로 나오는 것을 주춤하게도 만드는데 특히 신마나 잘 놀라는 말은 한방 얻어맞으면 주춤하며 앞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P.S : 과거 뚝섬에서 있던 일이다. 말들이 결승선을 골인하고서 기수들의 뒷모습이 모니터에 잡히는데 갑자기 말에 기승한 모기수가 옆의 후배기수의 등을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결승선을 골인하자마자 화가 난 선배가 후배를 말 잔 등에서 채찍으로 구타하는 장면이었는데 채찍은 이렇게 기수끼리는 무서운 매(?)로 변할 수도 있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