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 기자회견이 부정경마 방지에 일조할 수 있다
또 부정경마가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 김규헌)는 최근 돈을 받고 경주마의 상태와 우승 가능성 등을 일러준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 등)로 서울경마장 조교사 강아무개(49)와 기수 박아무개(34) 등 부정경마 사범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들에게 돈을 준 혐의 등으로 최아무개(37) 등 5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부정경마 사건을 접하는 경마고객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부정경마는 당사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마관련 기관간의 파행적 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파악돼야 한다.
기수협회는 조교사협회, 마주협회와 더불어 경마시행에 상호 협력하여 균형있게 견제하는 동반자 관계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만 분리되었을 뿐 내부적으로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소홀한 ‘왜곡적 관계’를 지속해 왔다. 이것이 우리경마의 구조적 한계며 이런 구조에선 그 누구도 경마부정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제 부정경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매번 되풀이돼 온 방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성 아래 부정경마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경주편성 제도를 개선하고 ▲답보 상태인 경주마 수급정책의 개선 ▲허울뿐인 면허관리와 마사대부 운영의 개선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재결과 보안팀의 유기적 조직 구성 및 재결의 전문위원제 정착 ▲실질적인 훈련관찰 강화 ▲승식을 다양화해 부정경마의 여지가 없게 만드는 등 다양한 부정경마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조교사들의 공동기자회견을 추가하고 싶다. 출마표가 나오는 매주 목요일 기자단과 예상 전문가, 희망고객들이 참가한 가운데 조교사들의 공동기자회견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장에는 경주마의 상태, 경주작전 등 각종 경마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물론 경마문화신문이 조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작전공개를 싣고 있으나 이 제도를 좀 더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2000년 초 이 방안이 추진되다가 마사회와 조교사들간의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아 시행을 못하고 있다.
당시 기자회견이 무산된 것은 기자회견을 원하지 않는 조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파 조교사들의 속사정엔 “인터뷰는 잘해봤자 본전”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말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팬들로부터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조교사들에게 기자나 전문가와의 공식 인터뷰는 부담스럽거나 귀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쓸데없는 비난을 막을 수 있다. 인기마가 입상하지 못했을 때 기수나 조교사에게 의혹을 보내는 경마팬들이 많은데 조교사들은 인터뷰를 통해 이런 레이스에 대해 해명할 수 있다. 경마를 추리의 게임으로 발전시키는데 일조한다는 의미도 있다.
오히려 인터뷰 기피는 쓸데없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조교사가 게으르거나 능력부족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정보=돈’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경마정보 공개를 꺼린다는 판단을 경마팬들이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조교사들은 인터뷰를 본업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경주마를 훈련시켜 경주에 출전시키는 일만 조교사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경주마를 훈련시켜 경주에 출전시키는 일이나 인터뷰 모두 경마팬을 위한 일이다.
조교사들의 인터뷰가 정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경마팬들의 자세다. 조교사의 승부의지와 경주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조교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경마팬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야지 조교사나 기수를 의심해선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마팬 대다수는 조교사나 기수의 승부의지를 가장 중요한 경마정보로 착각하고 있다. 기수나 조교사가 우승을 장담할 경우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경마팬들이 의외로 많다. 아무리 조교사나 기수가 1위를 할 것을 확신하고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하더라도 그 결과는 그렇지 않게 나올 수 있는 것이 경마의 속성이다.
‘경마정보’에 대한 규정의 재정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금품을 대가로 한 독점적 경마정보의 제공은 부정행위임을 확실히 당사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하며 금품의 거래 없는 정보가 특정인에게만 제공돼 우승마 선정의 용도로 사용된다면 이 또한 ‘공정하지 않은 경마’라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
조교사들의 인터뷰는 공정경마정착에 일조할 수 있다. 특정 경마팬에게 정보가 제공되면 향응이나 금품제공 등 부정행위가 따를 소지가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 공개해버리면 경마브로커들의 접근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조교사들의 인터뷰 기피는 경마장이 ‘말(馬)만 많은 곳이 아니라 말(言)도 많은 곳’이란 비아냥을 듣는데 일조할 뿐이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