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마일 93일 동안 예정된 경마대회는 모두 18개다. 이중 국산마 대회는 11개, 외산마 대회는 7개고, 절반에 해당하는 9개 대회가 2·3군 대회로 짜여져 각 군별 능력마에게 고른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이 올해 경마대회 일정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모두 9개를 소화해낸 상반기 경마대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주박진감 측면에서 편성의 묘미를 극대화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반기에 예정된 나머지 9개 대회 역시 일정상의 문제를 안고 있어 경마대회 시행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마대회 일정상의 문제는 우선 대회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경주분할, 미편성, 10두 미만의 단촐한 편성 등이 속출하는 국내 환경에서 충분치 않은 마필 자원으로 연간 18개에 달하는 경마대회를 내실 있게 치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위군 대회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각종 언론사배로 치러지는 2·3군 대회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중복시행함으로써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경주 박진감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있었던 스포츠투데이배(4월), 스포츠조선배(5월), 스포츠서울배(6월)는 국산2군 1800m라는 동일 조건아래 한달 간격으로 연달아 시행돼 도대체 대회 시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심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7두, 8두의 싱겁기 짝이 없는 편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1군 입성을 앞둔 2군 능력마에게 경마대회 우승의 영광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 기회는 한번으로도 충분하다.
하반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외산 1군 오픈 대회는 그랑프리를 제외하고도 9월(SBS배), 10월(YTN배)에 동일 조건, 유사 거리(1800m와 1900m)로 시행되는 반면, 국산 1군 대회는 예정에 없다. 물론 뚝섬배가 있긴 하지만 1400m 단거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산 지존을 가리는 무대로는 다소 미흡하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는 코리안오크스의 시행시기도 다시 한번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선진 경마시행국의 경우 더비 전후로 시행됨으로써 암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뿐 더비와 오크스의 중복 출전은 배제하고 있다. 경마시행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리는 대회가 바로 더비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매년 경마대회 일정은 코리안더비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암·수말이 모두 출전할 수 있는 더비에서 우승한 말이 암말 대회인 오크스에 출전해 졸전을 벌여 스스로 더비의 명예를 깎아 내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연간 1100개에 육박하는 경주 중에서도 경마대회는 희소 가치 속에 그 영광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 그 숫자가 무리하게 많아서도 안되며 가능한한 최고에게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가도록 편성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1군 대회 중심으로 운영해야 가치가 있다.
또한 1군까지 올라온 이상 암수, 연령제한 등을 두지 말고 오픈 대회로 치르는 것이 낫다.
상·하반기에 국산·외국산 1군 대회를 각각 치르고 나서 연말 그랑프리를 통해 진정한 강자를 가려내는게 옳다. 그랑프리만큼은 마령중량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이제는 검토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또한 1800m, 2000m처럼 단조로운 장거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국산마 대회인 뚝섬배처럼 외산마도 단거리 대회를 편성해 1군 스프린터의 계보를 이어가게 한다면 경마대회의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의미 없는 하위군 대회는 과감히 폐지하고 격에 맞는 경주편성이 되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비에 나올 수 있는 말이 편성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그 전에 열리는 국산 2군 대회로 선회한다든지, 비슷한 대회를 연이어 편성해 대회의 규모를 스스로 축소한다든지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경마대회 일정을 비롯해 모든 경주편성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바로 경주마 수급이다.
매년 국산마와 외산마 도입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 시기에 도입된 말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는 시점에서 하위군 경마대회를 치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산 개별구매마들이 두드러진 좋은 활약을 보이는 요즘같은 때에 11월의 동아일보배(외산 2군 1400m)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쨌든 경마대회 일정을 포함한 경마시행계획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경주마 수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게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경마관계자의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주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우승상금을 높여주는 일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경주와 비슷한 상금수준의 경마대회라면 누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능력마를 출전시키겠는가.
경마시행계획을 수립하는 마사회와 경주마 수급을 담당하는 마주협회의 책임 있는 검토가 따르길 바란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