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과거에는 기수복이 눈에 확 띄면 좋지 않았대요.

경마장에 처음 온 팬들은 기수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화려하고 멋있으면서 특이하다고 한다. 지금 현역 기수들의 나이 분포도를 보면 적게는 22살에서 많게는 40살이 넘으며 최근에 데뷔한 5년 차 정도 이하의 기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결혼해서 중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형도 있는데 말을 타러 나올 때 헬멧을 쓰고 화려한 기수복을 입다보니 나이가 어리게 보여서인지 간혹 예시장에서 젊은 친구들로부터 쌍소리(?)를 들을 때는 쑥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외국 경마장 기수들의 경우는 지금 우리처럼 기수 개인의 유니폼이 아니고 마주가 고유 유니폼을 가지고 있어서 각 마주의 말에 기승 할 때마다 그 마주의 유니폼을 입고서 출전한다. 예를 들어 한 경주에 A마주의 말이 3두가 출전했을 경우에 3명의 기수는 A마주의 똑 같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경주에 기수복의 종류가 마주 수만큼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마장은 개인마주제면서도 마주 유니폼이 아니고 기수 개인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국의 기수복은 외국의 기수복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기수 양성소를 졸업하니 시행체(한국마사회)에서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기수복을 디자인해 등록하라고 한다. 단지, 유니폼 관련 제한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규정을 보면 기수복에 표시하는 색은 3도색 이내로 해야 하고, 또 사용하는 색은 선명해야 하며 시행체가 정하는 10종의 색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면허가 취소된 기수의 유니폼은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등등 여러 가지의 규정이 있었다.
필자가 기수복을 디자인하던 1985년도만 해도 유니폼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선배들이기에 어떻게 맞추어야 되는지 자문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태어나 처음 해보는 유니폼 디자인을 스스로 하느라 몇 날 몇 칠씩 머리 쓰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기수로 있는 동안은 평생 입을 수 있는 것이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모든 것을 함축해 유니폼에 그려 넣으려고 고민했는데 그래서 제일 쉽게 생각나는 것이 스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대부분 별을 그려 넣는다든지 , 혹은 다이아몬드, 승리자의 V, 그리고 자신의 이름의 이니셜 등을 넣는 것 등이다.
지금 생각하니 선배들의 조언 중에 우스운 것이 있었는데(?)... 되도록 눈에 잘 띄지 않게끔 유니폼을 흐리게 만들라는 조언이 바로 그것이다. 선배들은 그 당시만 해도 심판의 눈에 자주 띄거나 모니터 상으로 눈에 확 들어오면 제재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네 경마는 경주시에 말을 갔다 안갔다 하는게 비일비재했으니까(?) 실제로 심판의 눈에 잘 띄어서 좋을 게 없었기에 선배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여 주었던 것 같다.
과거 필자가 기수복 디자인을 하며 고민하던 것을 덜어주기 위해서인지 요즈음은 시행체에서 국제 규정 기수복을 미리 신인기수들에게 보여주고 디자인에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기수들은 외국의 마주복이 아닌 개인 유니폼이기에 똑같은 기수복을 여러 벌 가지고 수시로 갈아입으며 경주를 펼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은 기수 개인복이기에 그 유니폼을 보고 어느 기수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고 기수도 자신의 고유 유니폼이 있어서 좋으며 팬들 입장에서는 말들이 무리를 지어 달려도 기수복을 보고는 누군지 금방 알 수가 있기에 좋은 것 같다. 한국적인 기수복은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기에 매력적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